한ㆍ미ㆍ일 3국 정상이 23일 "내달 초 6자회담을 개최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면서 검증방식을 놓고 공전을 거듭하던 북핵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일 지 주목된다. 하지만 쟁점인 '시료채취'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미국의 정권교체기와 맞물려 6자회담은 또다시 상당기간 표류할 우려도 있다.
북한은 아직 공식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7월 이후 5개월 만의 회담 재개를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분위기다. 청와대와 백악관이 이날 동시에 회담 재개를 발표한데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회담 제안을 전격 수용했기 때문이다. 미중 간, 북미 간 물밑교감이 사전에 이루어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여기에는 북미간 이해관계도 맞물려있다. 12월 초는 정치일정이 사실상 중단되는 크리스마스 연휴와 내년 1월 오바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시 행정부가 핵 불능화를 마무리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북한으로서도 핵 불능화에 적극 협조해야 본격적인 겨울추위가 오기 전에 미국 등 6자회담 당사국이 약속한 경제ㆍ에너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가 23일 "조만간 회담 일자가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흐름이 읽혀진다.
관건은 북한의 과거 핵 개발 이력을 밝힐 수 있는 시료채취(sampling) 여부다. 북한은 "불능화(2단계)가 아닌 핵 포기(3단계) 단계에서 논의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 등은 "시료채취는 핵 불능화의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6자회담 일정 자체가 어그러질 수도 있다.
이에 6자회담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일단 시료채취를 비핵화 3단계로 넘기는 방안이 절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먼저 검증의정서를 받아들이도록 시료채취라는 표현을 다른 말로 바꿔 융통성을 발휘하거나 검증 착수 시기를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며 "6자가 만나서 머리를 맞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런 해법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비핵화 3단계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제거해야 하는 가시밭길이기 때문에 시료채취 문제를 3단계로 미루면 향후 6자회담 당사국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의지를 갖고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6자회담이 열려도 시간을 끌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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