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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연계 사기도박 조직에 매수, 국내축구 '승부조작'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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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연계 사기도박 조직에 매수, 국내축구 '승부조작' 적발

입력
2008.11.2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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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2일 오후, 대한축구협회 주관 'K3 리그' 경기가 열린 서울 은평구립축구장. 경기가 후반에 이르자 서울지역 P팀 선수들이 갑자기 패스 미스에 어이 없는 슈팅 등 수준 미달의 플레이를 이어갔다. 결과는 P팀의 4대3 패.

▲ 같은 시각, 중국 옌볜. 담배 연기 자욱한 지하 도박장에 30~40명이 모여 인터넷으로 경기를 지켜보며 환호와 탄식을 번갈아 쏟아냈다. 경기가 P팀의 패배로 끝나자 대다수 사람들이 아쉬워하며 도박장을 빠져나갔다. 테이블에는 이들이 잃은 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K3리그 경기를 인터넷으로 생중계 하며 거액의 도박판을 벌인 중국 업자와 짜고 K3 리그 소속 선수들을 돈으로 매수해 승부조작까지 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정식 축구대회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1일 중국측 도박 개설업자와 연계해 축구 승부조작 인터넷 사기도박을 벌인 김모(34)씨와 박모(31)씨를 도박방조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했다. 또 이들에게 돈을 받고 동료 선수들에게 일부러 경기를 지도록 요구한 서울지역 P팀 소속 축구선수 이모(28)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하고, 돈을 받은 김모씨 등 선수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 김씨 등은 이씨 등 P팀 선수 5명에게 각각 경기당 100만~250만원을 주고 일부러 경기를 지도록 요구했다. 김씨 등은 동시에 중국 도박장 업주에게 경기 승패와 지정된 점수를 알려주고 대가를 받아 챙겼다.

경기가 인터넷으로 생중계됐지만, 경기 결과를 미리 알고 있는 도박장 업주를 이길 수 있는 도박꾼은 없었다. 김씨 등과 선수들이 이런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경기는 경찰이 확인한 것만 7월부터 11월까지 총 3건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자신의 '영업'을 방해한 선수에게 살해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18일 승부를 조작한 경기 결과를 중국 도박장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줘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선수 김씨에게 "손해 본 10억원을 내놓든지 눈이나 다리 한 쪽을 내놓으라"며 "너를 죽이려고 중국에서 킬러가 건너와 있다"라고 협박했다.

검찰은 김씨가 중국 옌볜대 한어과를 다니면서 중국인들과 친분을 쌓았던 점 등으로 미뤄 추가 범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씨는 도박개장 등 전과 15범으로, 지난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전력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한국과 중국을 연결하고, 스포츠 경기결과를 조작해 사기도박을 벌인 사례는 처음"이라며 "인터넷 환경이 좋아진 만큼 이와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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