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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쇼크 독트린' 악! 이럴수가… 자본주의는 쇼크를 먹고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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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쇼크 독트린' 악! 이럴수가… 자본주의는 쇼크를 먹고 자랐다

입력
2008.11.24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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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 클라인 지음ㆍ김소희 옮김/살림 발행ㆍ700쪽ㆍ2만8,000원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유럽의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던 마르크스의 어법을 빌리면 현재는 이렇다. "조합주의의 유령이 세계의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 적어도 이 책 <쇼크 독트린> 에 의하면.

자유주의니, 보수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단일 시스템의 시대는 갔다. 정부와 비즈니스 사이에 경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독재ㆍ전제주의 체제 하에서나 보던 조합주의는 아니다. 공공 자산이 사기업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의미에서의 조합주의가 현대를 지배하고 있다. 그 내부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이윤을 보장하지만, 소외된 자들은 반발한다. 자본주의의 작동 논리가 바뀐 것이다.

전쟁과 재난 대처는 더 이상 공공만의 일이 아니다. 그마저 완전히 민영화되고 있는 오늘날, 그 두 가지는 곧 새로운 시장이다. 이제는 전쟁 또는 재난 극복이 곧 호황을 부르는 때다. 재난을 멋진 기회로 여기는 풍조, 이른바 '재난 자본주의'(disaster capiotalism)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작동 논리를 쇼크 독트린이라고 부른다.

카트리나로 쑥대밭이 된 뉴올리언스에서 교육 등 공공 부문까지 공립 시스템이 파괴되고 사립으로 이전하는 등 근본주의적 자본주의의 시도가 벌어진다. 전후 이라크의 재건 역시 비슷하다. 충격과 공포에 버금가는 과격한 경제 쇼크 요법으로 완전한 자유무역, 낮은 세금, 작은 정부 등의 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9ㆍ11 테러라는 재난을 전제로 타국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밀고 간 근본주의적 자본주의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관련 업자들 간의 연결망을 관리하는 일은 정부가 아닌 벤처자본가들의 소관이었다. 이라크전쟁에서 무기 중계무역업자들이 엄청난 이윤을 내는 이유다. 그것은 결국 영리를 추구하는 전쟁이었다. 버거킹과 피자헛을 끌고, 미국은 전쟁에 나간 것이다.

전쟁과 재난 대처는 이처럼 완전 민영화됐다. 기업은 전후 경제 호황을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됐다. 인명 구조와 재건 등 재난 경제가 석유산업과 보험의 거대한 이윤 덕에 세계 경제의 기린아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유시장은 이처럼 세계의 끔찍한 폭력과 충격의 순간을 잘 이용, 확대재생산돼 왔다. 대중이 방향감각을 잃어버리는 1차 쇼크, 그 틈을 이용해 정부가 대중이 결코 원하지 않는 경제적 쇼크를 밀어 부치는 2차 쇼크, 이에 선선히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물리적 충격을 가하는 3차 쇼크 등의 수순이 기다린다.

이 책은 자유시장경제가 민주적 통로를 거쳐 승리했다는 순진한 믿음을 처참히 무너뜨린다. 자본주의는 위기를 틈타 새로운 경제를 창출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가 얼마나 극심한 불평등의 논리를 전제하고 있는가를 증명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같은 자본주의의 존립을 가능케 하는 최대의 배후 세력으로 미국을 꼽는다. 자본주의가 제한 없이 방임될 경우 어디까지 잔인하게 변신할 수 있는가 하는 본보기가 미국에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지를 밀어부치면, 공공 서비스마저 기업 쪽으로 넘어가면서 가진 자들만이 그 서비스를 누리는 세상이 올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IMF사태로 이미 재난자본주의를 체감한 한국에게는 향후의 경제적 쇼크에 미리 저항할 힘을 길러야 한다는 실질적 교훈이 다가온다.

시민운동의 바이블로 통하는 <노 로고(no logo)> (2000)로 이름을 날렸던 캐나다 정치학자인 저자 나오미 클라인이 2007년 출간한 이 책은 26개 언어로 번역되고 영국 등지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는 2005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지성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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