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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행운아 강동윤… 꿩도 매도 다 놓친 돌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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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행운아 강동윤… 꿩도 매도 다 놓친 돌부처

입력
2008.11.2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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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바둑계에 두 가지 큰 소식이 있었다.

하나는 국내 최대 기전인 제 36기 하이원배 명인전에서 뜻밖에 19세 소년 강호 강동윤이 이창호 원성진과의 동률 재대국에서 승리, 당당히 결승 티킷을 따낸 것. 강동윤은 12월 1일부터 이미 결승에 선착해 있는 전기 우승자 이세돌과 우승 상금 1억원이 걸린 명인위를 놓고 5번 승부를 벌인다.

다른 하나는 제 13기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8강전. 중국 선수가 5명이나 8강에 오른 데 반해 한국은 이창호 이세돌 달랑 둘 뿐인데다 그나마 첫 판에서 바로 맞붙게 대진표가 짜여져 과연 누가 '불운'의 주인공이 될 지 관심을 모았다.

더욱이 이창호와 이세돌은 올들어 3번 만나 이창호가 모두 승리를 거둬 이번 대국 결과가 주목됐는데 이번에는 이세돌이 쾌승, 그동안의 패배를 시원하게 설욕했다. 결국 이창호는 명인전과 삼성화재배서 잇달아 쓴 잔을 마신 셈이다.

■ 찬스와 실속에 강한 이세돌

세계 바둑계의 '마왕' 이세돌은 역시 찬스와 실속에 강했다. 이세돌은 지난 19일 벌어진 삼성화재배 본선 8강전에서 이창호에게 불계승을 거두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준결승전 상대는 중국의 황이중이다.

이세돌은 앞서 명인전에서는 7승 1패로 결승행을 이미 확정 지은 상황에서 5승 3패의 이창호를 맞아 아무런 부담 없이(?) 한 표 찍어주고 3자 동률의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러나 삼성화재배에서는 달랐다. 성난 사자처럼 갈기를 바짝 세운 채 이창호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2007년 8월부터 당한 4연패의 사슬을 끊고 준결승에 진출, 실속과 명예를 동시에 챙겼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기사'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듯 이세돌은 거칠 것 없는 쾌속 행마로 국내외 바둑계를 휘감아 돌리고 있다. 제 36회 하이원배 명인전과 제 13기 천원전에서 강동윤을 맞아 결승 8번기를 시작했고 제 52회 국수전에서도 목진석과 도전 5번기를 벌이고 있다.

천원전 결승 1국에서는 강동윤의 차분한 반면 운영에 휘말려 155수만에 불계패를 당했지만 국수전에서는 첫 판을 가볍게 이겨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또 다음 주부터는 제10회 농심신라면배와 2008한국바둑리그 플레이오프에 출전해야 하는 등 살인적인 스케줄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사냥감이 눈에 들어왔을 때 더욱 사나워지는 '쎈돌'의 무한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꿩도 매도 다 놓친 이창호

이창호의 '황금 방패'가 뻥뻥 뚫리고 있다. 이세돌이 명인전 본선 리그 최중국에서 "선배님, 결승에서 다시 만나 제대로 한 판 붙어보시죠"라고 은근하게 지원 사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창호는 3자 동률 재대국에서 원성진의 완강한 그물에 걸려 헛힘만 쓰고 말았다.

게다가 강동윤이 원성진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는 바람에 차기 대회 본선 시드도 확보하지 못해 내년에는 다시 예선부터 시작해야 할 처지가 됐다. 명인전에서 너무 고생을 해서인지 정작 순발력을 발휘해야 할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는 이세돌의 기세를 꺾지 못하고 힘없이 무너져 꿩도 매도 다 놓쳐 버렸다.

만리장성 뒤편에서 오랫동안 은밀하고 치밀하게 칼을 갈아온 구리와 창하오에게 밀려 세계 대회 단골 우승의 영광도 아득한 옛 이야기가 될 정도로 요즘은 아쉬운 준우승 기록만 쌓여가고 있다.

올 초 제 21회 후지쯔배 결승에서 구리에게 우승 항아리를 넘겨주며 1998년 우승 이후 이어져 왔던 한국 10연패의 신화에 마침표를 찍었고 지난 11월에 열린 제 13회 LG배 준결승전에서도 구리에게 패해 탈락하고 말았다.

제 6회 응씨배 결승 진출이 유일한 위안거리. 그러나 결승 상대인 최철한 또한 요즘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예측불허의 승부가 예상된다. '신산(神算)'을 자랑하며 세계 바둑계의 지존으로 군림했던 이창호의 '골 결정력'은 언제 되살아 날 수 있을까.

■ 올해 최고의 행운아 강동윤

'속기의 제왕' 강동윤의 속력 행마가 예사롭지 않다. 제 1회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탄력을 받기 시작한 강동윤은 이세돌과 두 개의 국내 기전에서 결승전을 예약, 올해 한국 바둑계 최고의 행운아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지난 10일 열린 천원전 결승 제 1국에서 이세돌의 대마를 잡고 불계승해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강동윤은 17일에 열린 제36기 명인전 본선 리그 동률 재대국 제 2국에서 지난 해 자신에게 천원전 준우승의 아픔을 안겼던 원성진을 불계로 물리치고 당당히 결승에 진출, 이세돌과 우승 상금 1억원이 걸린 명인위를 놓고 마지막 5번 승부를 벌이게 됐다.

6승 2패로 선두권을 달리던 원성진이 본선 리그 막판에 이창호에게 패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3자 동률이 된 데다 재대국 대진 추첨에서도 부전승을 뽑는 등 행운의 여신이 계속 그의 뒤를 밀어준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명인전 결승 1국은 12월 1일 열릴 예정. 그는 "이세돌 사범님은 이기기 힘든 상대다. 결승 5번기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겸손하게 임전소감을 밝혔다.

이세돌과의 역대 전적에서 3승 5패로 밀려 있긴 하다. 그렇만 이번에는 여러 가지 행운이 겹쳐 작년 전자랜드배서 이창호를 누르고 '깜짝 우승'을 했듯, 또 한 번 '대형 사고'를 저지를 것만 같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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