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7일 한국일보 오피니언란을 통해 임원혁 KDI 연구위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순리에서 벗어나 추진된 탓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하면서 미국과 재협상을 하자고 주장하였다. 한미 FTA 추진과정에 직접 참여한 필자가 볼 때 임 연구위원의 글은 한미 FTA협상의 경과와 내용에 대해 많은 오해와 왜곡을 담고 있다.
첫째, 미국과의 FTA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한미 FTA협상은 2006년에 시작되었지만, 정부는 이미 2003년 8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FTA 추진 로드맵'에 따라 미국과의 FTA 추진을 결정하고 단계적으로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2004년 8월부터 협상출범까지 관계부처 장관과 업계ㆍ학계의 전문가로 구성된 대외경제위원회를 7회나 개최, 추진전략을 점검하고 산업별 영향과 대응방안을 차분히 준비했다. 협상결과에 비추어 보더라도 한미 FTA를 미루었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농업과 같은 취약분야는 감내할 만한 수준으로 개방하였고, 서비스 분야는 개방의 폭이 지나치게 제한되어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둘째, 한미간 외교안보 분야의 갈등을 경제 분야의 양보로 해결하기 위해 한미 FTA를 시작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FTA는 기본적으로 경제 협정이고, 정부는 철저히 경제논리에 입각하여 한미 FTA를 추진했다.
셋째,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우리 기업이 미국시장에서 다른 경쟁국에 비해 특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이익이다. 반덤핑조사 개시전 사전협의, 조사대상 업체의 가격ㆍ물량 약속에 대한 적절한 고려와 같은 성과에 대해선 우리 업계도 큰 도움이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직 비자쿼터는 미 이민법상 의회의 관할 사항으로 행정부는 협상 권한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를 협상용으로 충분히 활용하였고, 한미 FTA와 병행하여 앞으로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다.
넷째, 소위 4대 선결요건 관련 사항은 한미 양국간 오랜 통상현안으로 한미 FTA가 계기가 되지 않았어도 해결되었어야 하며, 사안별로 국제적 기준과 정책적 판단에 따라 해결하였다.
다섯째, 투자자_국가간 분쟁해결제도를 독소조항으로 지적하나 이 제도는 미국, 유럽 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체결한 2,500여개의 투자협정에 포함됐고 우리가 이전에 체결한 FTA와 80여개의 투자협정에도 들어가 있다.
어려운 협상 끝에 타결한 한미 FTA는 양국의 이익을 균형 있게 반영하고 있다. 재협상은 이러한 균형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바람직한 대안은 재협상에 연연하기보다 한미 FTA가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여 조속히 비준하는 것이다.
세계적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전이되는 상황에서 대외무역의존도가 70%가 넘는 우리 경제는 한미 FTA와 같은 장치를 통해 수출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긴요하다. 임 연구위원이 속한 KDI를 포함한 11개의 국책연구소도 한미 FTA로 향후 10년간 6%의 GDP 추가성장효과가 기대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경림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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