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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우후죽순' 지역 문화에 대한 담론 "단디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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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우후죽순' 지역 문화에 대한 담론 "단디 해라"

입력
2008.11.24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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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야구'라는 신조어를 낳은 부산 갈매기 롯데 자이언츠가 가을의 전설로 익어가고 있다." 부산의 이미지는 '자갈치 아지매'와 더불어 이 정도다. <미학, 부산을 거닐다> (산지니 발행)의 저자 임성원(45)씨 역시 그같은 통념에 기댄다. 그러나 그는 지난 1년간 부산에서 펼쳐진 예술문화의 풍경을 전면에 내세워 부산의 미학 읽기에 새 지평을 연다.

이 책이 기존의 얌전한 향토사가 아닌 당당한 문화현장의 기록이 된 것은 현역 언론인인 저자의 발품 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편을 관통하는 저자의 단단한 문제의식이 먼저다. 풍물을 빼고는 부산에 독창적인 문화가 없다는 주장, 그리고 부산의 전통이 스며든 문화가 없다 보니 예술문화체계의 위 아래가 없다느니 하는 볼멘소리들을 결딴내겠다는 저술 동기 덕에 이 책은 부산의 생생한 예술문화 지리지가 됐다.

저자는 그것을 위해 먼저 "부산 문화의 상처 입은 자존심을 말끔히 치유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에 초점을 맞춰 공감을 끌어낸다.

그러나 저자가 책에서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은 일상문화의 풍경이다. "단디 해라" "니 내 존나" "용기하고 쪽 팔리는 거는 조우 한 장 차이다" … 한 문화센터 건물벽에 빼곡한 사투리와 '부산갈매기가 그냥 갈매긴 줄 아나'라는 제목의 어떤 그림 속으로, 부산의 생활문화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기 위한 전략이다. 부산지하철 1호선 노선 벽면을 치장하고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그래피티를 서술하는 대목을 읽으면 정말 한 번 보러 가고 싶어진다.

개방적인 '무경계'를 지탱해 나가되 '혼종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비판에 이르러서는 새 지평이 보인다. 자기 문화를 객관화, 그로부터 발전의 계기를 포착하자는 것이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지역 문화 담론의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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