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사람을 낳는다. 일본인들이 쳐들어오지 않았다면 우리 민족 최고의 전쟁영웅 이순신 장군은 없어도 좋았다. 일본인들에게 36년간이나 강제점령 당하지 않았다면 그 숱한 목숨들이 '순국선열'이라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추앙을 받지 않아도 좋았다. 우리 현대사가 정정당당했다면, 그 많은 민주화투사들은 평범하게 살아도 좋았다. '비정규직'이라 불리는 노동자들도 시대가 낳았다.
비정규직인 것도 서러운데, 경제위기 탓에 비정규직 노동자는 없는 사람들 취급을 당하고 있다. 내남없이 어려운데, 청년들은 다 놀고 있는데, 아무튼 직장을 가진 이들이 뭔 배부른 투정이냐?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아니,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가진 자들은 경제 혼란을 틈타, 더욱 많은 비정규직을 만들어낼 것이다.
아니,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핑계가 좋지 않은가? 기업이 어려우니 자를 수밖에 없다는 거다. 자르고 나서 아무 때나 쓰고 버릴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빈 자리를 채우겠다는 거다. 마구 잘라내도, 비정규직을 아무리 못살게 굴어도, 언론은 보도도 않고, 그나마의 입바른 소리는 사이버에 갇혀 있고, 대중은 신경도 안 쓰고, 거칠 게 없다. 이순신 같은 영웅도 없이, 서민들은 비정규직을 향해 떠밀려 가고 있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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