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경유차인 현대자동차 '아반떼'를 구입한 A씨는 며칠 전 관할 구청에서 환경개선부담금 5만원을 내라는 고지서를 받고는 깜짝 놀랐다. 디젤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A씨는 "가솔린차보다 친환경적이라고 해서 더 비싼 돈 주고 샀는데,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볼멘 소리를 했다.
요즘 경유차 운전자들이 뿔났다. 불황으로 가계 소득은 제자리 걸음인데, 친환경 차량으로 탈바꿈한 경유차에 대해 매년 5,000억원 가량의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최신 경유차는 미세먼지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발생도 휘발유차보다 최대 30% 이상 낮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는 1992년부터 환경개선비부담법을 근거로 경유차 1대당 기본금 2만250원에 배기량ㆍ지역 계수 등을 곱한 값으로 매년 두 차례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차종과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대략 5만~20만원 선이다. 처음 부담금 제도가 시행될 때만 해도 버스나 트럭 위주였던 경유차는 불완전 연소로 검은 연기를 뿜어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렸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 발전으로 경유차가 가솔린차보다 더 친환경적이다. 세계 각국이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환경 규제를 나날이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현 배기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4'에 이어 내년엔 더욱 강화된 '유로5'를 발효할 예정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유로5 기준에 맞춰 경유차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발효 중인 유로4의 배기가스 수준은 1㎞ 주행 때 질소산화물(NOx) 배출량 0.25g, 미세먼지 0.025g 이하. 내년부터 적용되는 유로5는 지금보다 질소산화물은 28%, 탄화수소(HC)는 24% 더 감축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제를 뚫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매달린 끝에 국내 경유차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휘발유차보다 적으면서도 연비는 더 우수하다. 실제 현대차 NF소나타와 i30의 경우 휘발유차에 비해 CO2 배출량이 각각 5%, 26% 더 적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그 동안 경유차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 폐지를 줄곧 요구했지만, 환경부 등의 반대로 번번히 실패했다. 그러자 최근 경유차 운전자 10여명이 법무법인 서린을 통해 "경유차에 매겨지는 환경개선부담금의 부과 처분이 잘못됐다"며 서울 서초구청장 등 8개 구청장을 상대로 부담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환경개선부담금 개선 및 폐지를 건의할 방침이다. 자동차협회 강철구 이사는 "법 제정 17년이 지나면서 국산 경유차들이 세계 최고의 환경규제 수준을 유지하는 유럽 각국에 수출되고 있는 만큼 관련 규제를 개선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