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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 시대 변화 담는 지도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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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 시대 변화 담는 지도력을

입력
2008.11.2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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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어제 창당 1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대선 승리 이후 첫 '생일'이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사한 지 거의 1년 반 동안 내걸지 못한 간판을 달고, 박희태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연 것이 기념행사의 전부였다. 박 대표는 "시절이 좋지 못해 크게 축하할 형편이 못 된다"고 밝혔지만 쓸쓸한 분위기는 시절 탓만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해 대선 승리로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고, 총선에서 압승하고, 지금은 국회의원 172명의 거대정당으로 성장했는데도 당내의 무력감이 두드러져 보인다. 거대여당이 무력감에 빠진 요인은 다양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세계적 경제위기 물결에 떠밀려 이명박 대통령의 흡인력이 크게 떨어졌음을 우선 떠올릴 수 있다.

이 대통령에 쏠렸던 국민의 신뢰와 기대가 갈 곳을 잃으면, 여당이 무력감에 빠질 만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 토막이 난 것과 달리 정당 지지율은 40%에 근접한 데서 보듯, 국민의 마음은 아직 한나라당 울타리 안에서 맴돌고 있다. 이는 여당의 무력감이 대통령의 권위 저하에 따른 지지 이탈의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의 문제임을 일깨운다.

흔히 거론되는 문제가 지도력 부재와 계파 갈등이다. 최근 종합부동산세 개편이나 수도권 규제완화 등을 둘러싼 당내 이견이나 오락가락은 덮어도 가려지지 않는다. 박 대표의 구심력에 한계가 있고, 박근혜 전 대표의 힘이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크게 바뀐 정치환경에서 거대정당이 필연적으로 맞는 현상이지 특정 인물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이 당 대표의 지도력을 뒷받침하고, 의원 각자의 행동반경을 제한했던 것은 옛날 이야기다. 다양하고 복잡해진 국민의사를 대변해야 할 의원들에게 통일된 의사를 요구하기도 어렵다.

결국 한나라당의 좌절감은 변화한 정치환경에 대응할 새로운 지도력, 새로운 정당 운영원리를 확립하지 못한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계파 이해를 조정하고, 대외적으로 왜소 강박에 젖은 민주당을 어루만질 수 있는 '기술'이 새로운 지도력의 관건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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