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막론하고 각 기관들이 다투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잡는 것은 그만큼 경기의 냉각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그나마 기대했던 수출마저 글로벌 경기 악화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당분간 성장률 하향 재조정 행진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 마이너스 성장 전망 충격
평소 같으면 웃어 넘겼겠지만 21일 UBS의 -3% 전망은 시장에 묘한 위기감을 더 했다. 던컨 울드리지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둔화와 실업률 증가, 가계빚 확대 등이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며 "수출 둔화로 인한 최악의 압박은 내년 상반기까지도 감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위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최근 들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내려잡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가 19일 3.9%이던 전망을 1.4%로 대폭 낮췄고 씨티그룹은 지난달 기존 4.2%를 2.2%로, 골드만삭스는 4.3→3.9%, 메릴린치는 4.0→1.5%로 각각 낮춰 잡았다. 지난달 4.5%를 3.8%로 낮췄던 모건스탠리는 이날 이를 다시 2.7%로 바꿨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은 4.1→3.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2→3.2%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문제는 수출
하향조정 대열에는 정부도 빠지지 않는다. 기획재정부의 전망치는 9월말 5%에서 11월초 4%에 이어, 이번에는 장관이 2%대를 언급할 정도로 매달 1%포인트씩 급락하고 있다.
최대 원인은 수출 전망 악화다. 대외의존도가 70%를 넘는 우리 경제의 특성상 수출 대상인 세계 경제가 고꾸라질수록 전망은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이달 들어 17일까지 수출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내년 무역수지도 56억달러 적자로 예상하고 있다.
전체 수출량의 10%를 차지하는 미국의 소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유럽과 개발도상국 시장도 심각한 위축세다. 특히 최대 시장인 중국까지 흔들리고 있어 문제다. 얽히고 설킨 세계 경제 여건상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우리 뿐 아니라 중국의 대미 수출도 줄어들고 이는 다시 우리의 대중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국내 기관들도 줄줄이 하향 행진
아직까지는 3%대 중반 전망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도 조만간 줄줄이 전망치를 내릴 태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7일 수정 전망치를 다시 발표하며, 다른 연구기관들도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내달 초 발표될 한국은행의 전망치. 정확성과 권위를 인정받는 한은 전망치는 정부와 연구기관의 전망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3%대는 가능할 것"이라 했던 이성태 총재는 이달 들어 "앞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추가 하향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현재 한은 내부에서는 '2%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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