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고집'이 국회의 쌀 소득보전 직불금 국정조사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 이사장이 부당 수령 여부를 가릴 수 있는 키(key)를 내놓지 않아 국조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이는 국조 활동의 근거법을 위배하는 행위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국조의 1차 목표는 부당 수령자를 밝혀내 응분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쌀 직불금 제도의 미비점 보완도 국조특위의 역할이다. 그런데 현 상태라면 국조는 유야무야될 수밖에 없다. 일주일 간의 실랑이 끝에 감사원으로부터 28만여명의 부당 수령 의혹자 명단을 겨우 받아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 협조 거부로 부당수령자를 가려내는 단계에서부터 막혀 있는 것이다.
국조특위가 건보공단의 자료에 주목하는 이유는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정착됨에 따라 공단이 개인별 직업과 소득 수준 관련 자료를 비교적 정확하게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과 소득 수준이 빠져 있는 감사원 제출 명단을 건보공단 자료와 크로스 체크할 경우 농민이 아니거나 농업 외 소득이 상당한 부당 수령자를 가려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앞세워 "국조특위 자료 요구에 성실히 임하라"는 한승수 총리의 지시마저 거부하고 있다. "직업과 소득 수준 등 개인정보가 부당하게 유출될 우려가 있다"(건보공단 관계자)는 이유에서다.
이러자 야권은 정 이사장이 국감ㆍ국조법, 증언ㆍ감정법 등을 위반하고 있다며 검찰 고발 방침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이들 법안은 공개 시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소명이 분명한 국가기밀 외엔 국조특위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처벌 조항도 있다.
정 이사장이 명분으로 삼은 개인정보보호법도 다른 법률이 정보 제공을 명시한 경우 해당 정보를 제공토록 명문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소속 송광호 국조특위원장도 한 라디오방송에서 "법적으로는 (정 이사장) 고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는 정 이사장이 아닌 국조특위가 책임질 일"이라고 주장한다. 부당하게 개인정보를 유출해 사생활이 침해될 경우 해당 특위 위원이 책임지도록 국감ㆍ국조법에 명문화해 있다는 점에서다.
야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19일에 이어 20일에도 건보공단을 방문해 자료 제출을 거듭 요구했지만 정 이사장과 격한 언쟁만을 주고 받았다. 야당 의원들은 21일에도 건보공단 자료가 제출되지 않으면 정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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