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등, 주가하락의 주범은 바로 멈출 줄 모르고 한국자산을 팔아대는 외국인들이다. 금융위기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외국인들이 위험자산인 한국 주식과 채권을 팔아 달러로 바꾸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오르고, 환율이 오르면 반대로 한국 주식과 채권의 가치가 떨어져 외국인의 순매도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한국 증시에서 약 45조8,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처분했다. 외국인은 이번 달에도 매도세를 강화하며 20일까지 2조4,000억원 가량 처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2000년 이후 최저치인 28%대로 떨어졌다. 외국인의 시총 비중은 2005년 1월 42%대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외국인의 국내 자산 매도세는 증시에서 채권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상장채권시장에서 결제기준으로 지난달 4조2,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에도 18일까지 1조3,000억원 가량 순매도해 2달째 매도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국내 상장채권 규모는 5월 55조원에서 41조원으로 14조원이나 감소했다.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상장채권보유 비중도 5월말 6.38%에서 4.83%로 낮아졌다.
왜 파나
가장 큰 이유는 세계적인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유동성 확보가 급선무인 외국인들이 미국국채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 대외변수에 민감한 한국자산을 팔아치워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 특히 각종 펀드의 결산을 앞둔 연말을 맞아 외국인 매도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실물경기 침체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거란 부정적 전망도 해외 펀드가 손절매를 감수하고 국내 주식을 파는 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원화가치 급락으로 인한 한국자산 가치 하락도 외국인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언제까지 팔까
관건은 세계적인 유동성 위기가 언제 진정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외국인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한국과 같은 신흥국가에서 돈을 빼 보다 안전한 미국 등으로 보내고 있다"며 "그러나 금융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하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돈이 다시 신흥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순매도세가 금융위기로 인해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현상임을 지적하며, 외국인 시총 비중이 20%대 초반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팔아치울 거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문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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