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숨소리가 가랑가랑하고 콧물이 줄줄 흐르거나, 숨소리가 쌕쌕거리거나, 감기가 유난히 오래가고 다른 증상은 호전됐지만 기침을 3주 이상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감기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가기 일쑤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도시화와 산업화로 알레르기 질환이 늘고 있다. 세계천식기구(GINA) 자료에 따르면, 천식 환자가 세계적으로 3억명이나 된다. 우리나라에도 300만명이 천식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질병에 취약한 어린이 천식 유병률이 1965년에 비해 2배나 늘었다. 65세 이상 고령자 유병률도 12.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적절히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천식이나 비염을 단순 감기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천식은 낫지 않는 병','천식과 알레르기는 적당히 치료하며 참아야 병'이라는 잘못된 상식 때문이기도 하다.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위원장 윤방부)로부터 천식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 쌕쌕거리는 천명소리-발작적 기침… 천식 의심해야
기관지 천식은 만성 기도 염증 질환으로 여러 악화 인자 즉, 알레르겐이나 감기, 찬 공기, 자극적인 냄새, 담배 연기, 매연 등의 자극으로 기관지 점막이 붓고 기관지가 가늘어져 숨차고 쌕쌕거리는 천명 소리와 함께 발작적인 기침을 일으킨다.
그러나 호흡곤란, 천명 및 발작적 기침의 3대 증상을 보이는 전형적인 천식 환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도 많다. 즉, 숨이 차지도 않으면서 반복적으로 기침만 하거나 그냥 가슴만 답답한 증상이나 가래가 목에 걸린 듯하다는 증상만 호소하기도 한다.
천식 증상은 하루에도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하지만 대부분 밤에 악화된다. 또한 증상이 대부분 일시적으로 나타나며, 발작 간격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다양하고, 매일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감기 증상이 오래가거나 쉽게 낫지 않고 자주 반복되거나, 특정 자극에 의해 숨차거나 천명이 생기거나, 운동 후 천명이나 기침 발작이 있거나, 기침이나 천명으로 잠 깨는 일이 잦으면 천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 유전적 요인 강해
천식은 유전 요인에다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특별히 유전적 요인이 강해서 가족 중 알레르기 질환이나 천식 환자가 있으면 자녀 대부분 천식이 발생한다. 이들은 비염이나 아토피성 피부염,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 질환이 동반되기도 한다.
환경 요인으로는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애완동물 털과 같은 알레르겐과 대기오염, 스트레스, 각종 화합물 노출 증가 등이 있다.
또 약이나 방부제, 색소 등 음식물 첨가제가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도장제나 곡물 분진, 약물, 동물 털, 한약재 등을 취급하는 직업 때문에 천식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천식은 여러 요인에 의해 생기므로 자세한 병력과 원인 검사를 통해 개개인에 따른 천식의 주요 원인과 악화요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가래ㆍ폐ㆍ알레르기 피부 반응검사로 진단
천식을 진단하려면 우선 임상 증상과 직업력, 생활환경 등에 대한 자세한 병력을 바탕으로 가래 검사를 통해 호산구를 동반한 기도 염증을 확인한다. 그리고 메타콜린 유발시험을 통해 기관지 과민증의 증가를 관찰하고, 기도 폐쇄를 확인하기 위해 폐 기능 검사를 시행한다.
특히 기도가 막히면 기도 가역성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를 한다. 다음 단계로 천식 원인을 찾기 위해 알레르기 피부반응 검사나 혈액검사로 원인 알레르겐을 찾아야 한다.
먼저 알레르기 피부 반응검사는 짧은 시간에 많은 알레르겐 검사를 할 수 있지만 알레르기 약을 먹고 있을 때에는 검사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반면, 혈액검사를 통한 알레르겐 특이 IgE 항체를 확인하는 것은 약 복용과 상관없이 검사할 수 있지만 비싸고, 제한적으로 원인 알레르겐만 검사할 수 있고 검사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와 함께 다른 호흡기 질환과 감별하기 위해 가슴 방사선 촬영과 천식의 흔한 동반 질환인 알레르기 비염, 부비동염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부비동 방사선 촬영이나 코 내시경 검사 등을 한다.
또 필요한 경우 천식 확진를 위해 원인 알레르겐을 이용한 기도 유발 시험과 약이나 음식물 첨가물에 의한 천식을 확진하기 위해 경구 유발 검사나 기도 유발 검사를 할 수 있다.
■ 집먼지 진드기 등 알레르겐 노출 피해야
기관지 천식 증상은 지속적이고, 치료 중단 시 재발할 수 있어 평소 약으로 증상을 조절하고 폐 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약물 치료와 함께 천식을 악화시키는 원인물질과 자극물질을 제거하는 환경관리가 필요하다.
약물 치료에는 자신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약 처방이 필요하며, 의사와 상의해 필요에 따라 약을 늘리고, 증상이 호전되면 약을 줄이?과정이 필요하다.
환경관리는 피부 반응 검사로 발견한 원인 알레르겐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시행해야 하며, 특히 집먼지 진드기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집안을 자주 청소하고, 이불을 뜨거운 물로 자주 세탁하며, 집먼지 진드기가 서식할 수 있는 양탄자, 소파, 커튼 등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집먼지 진드기나 곰팡이 번식을 막기 위해 습도를 낮게 유지하고, 애완동물은 기르지 말아야 한다. 면역치료는 진드기, 꽃가루 항원을 이용한 것으로 증상이 호전되면 약을 줄이거나 쓰지 않아도 된다.
의협 지향위는 "천식은 계속 재발하는 만성 기도 질환으로 적절히 치료하면 나을 수 있는 병"이라며 "하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기도가 변형되면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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