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부티크가 내달 2일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에서 열 예정이었던 '북한 산모돕기 자선패션쇼'가 19일 전격 취소됐다. 공동주최자인 한국통일여성협의회가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돼 여론이 좋지않으니 잠정 연기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연기라고는 해도 기약이 없으니 사실상 취소나 마찬가지다.
북한 산모돕기 자선패션쇼는 북한의 산부인과인 '평양산원'의 열악한 시설 개ㆍ보수를 지원, 만성 영양실조로 출산 자체가 생사의 갈림길이 되고 있는 북한 여성들이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100벌에 이르는 의상 제작을 비롯해 장소와 공연단체 섭외, 포스터 발주 등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여 자선쇼를 준비해온 이광희 측은 "민간 차원의 자선행사가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서야 되겠느냐"며 어이없어 했다. 하지만 지독한 불황에 자선행사의 수익성을 기약하기 어려운 탓에 단독 개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통일여성협의회 관계자는 "좌석(티켓)을 팔아야 행사가 열리는 데, 워낙 경기가 어려우니까 후원요청을 하면 유력 사회단체나 재계 단체도 손을 내젓더라"며 "북한 측이 남북적십자 직통전화를 끊은 것이 알려진 뒤부터는 '저쪽(북한)에서 우리한테 총부리를 겨누는 마당에 왜 지원을 하느냐'는 항의 전화까지 빗발쳐 도무지 강행할 엄두가 안 났다"고 토로했다. 불황기 각박한 세태에 북한이 좋은 구실을 제공한 셈이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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