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이 서장훈과 나란히 섰다. 어린 시절부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한국 농구의 발전을 견인했던 두 맞수였다.
경기 시작 1쿼터 48초. 추승균이 패스한 볼이 서장훈의 손에 들어가자 현주엽은 수비를 포기한 듯 양 손을 들고 뒤로 물러섰다. 노마크 상황을 맞은 서장훈은 수줍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의 손을 떠난 볼은 여유롭게 림을 통과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은 약속이나 한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상대팀 LG 선수단 역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서장훈은 농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순간을 도와준 라이벌 현주엽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지난 97년 출범해 13번째 시즌을 맞는 한국프로농구. 프로농구 역사의 기념비적인 순간으로 장식될 개인통산 첫 1만점의 주인공은 그렇게 탄생했다.
'국보급 센터' 서장훈(34ㆍ전주 KCC). 언제나 한국 농구의 중심을 지켜온 서장훈이 개인통산 1만점의 위업을 달성했다. 서장훈은 19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창원 LG와의 홈경기에서 1쿼터 47초 만에 골밑슛을 성공시키며 개인 통산 1만점의 금자탑을 쌓았다.
지난 98~99시즌 프로에 데뷔한 지 11년, 통산 462경기 만에 완성한 역사다. 정규시즌 54경기로 환산하면 매 경기 18.5점씩 1경기도 거르지 않고 꼬박 10년을 뛰어야 기록할 수 있는 수치다.
서장훈은 11시즌 동안 경기당 평균 21.7점(역대 1위)을 기록하고 있다. 데뷔 첫 시즌이었던 98~99시즌 25.4점으로 외국인 선수들의 틈바구니에서 득점 3위를 기록했고, 13.97리바운드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토종선수가 리바운드왕에 오른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서장훈은 이후 2004~05시즌까지 무려 7년 연속 평균 20득점 이상을 올렸다. 국내 선수 중 득점왕에 7차례 올랐고, 4번의 시즌에서 평균 20득점-10리바운드를 달성했다. 서장훈을 제외하고 20-10 기록을 달성한 국내 선수는 아직까지 없다.
서장훈은 기록을 달성한 뒤 "부모님, 동료들, 코칭스태프 등 주변에서 도와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 오늘이 끝이 아닌 만큼 오늘을 기점으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주 KCC는 창원 LG를 98-89로 꺾고 맏형 서장훈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연패를 끊고 6승(3패)째를 거둔 KCC는 선두 원주 동부(6승2패)를 0.5경기 차로 바짝 추격했다. 잠실에서는 안양 KT&G가 서울 SK를 73-65로 꺾었다.
전주=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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