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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 폭력에 시달리는 운동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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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 폭력에 시달리는 운동선수들

입력
2008.11.2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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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외모로 농담을 하는 것은 예사다(43.9%). 허락 없이 몸을 만지고(19.6%), 뽀뽀와 키스를 강요하는 경우(11.2%)도 적지 않다. 한 여중 핸드볼 선수는 합숙소에서 밥을 먹을 때 감독이 와서 무릎 위에 앉는가 하면, 쉬는 날 방으로 불러 흰 머리를 뽑게 하고, 다리를 주무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여중생은 감독이 수비자세를 가르쳐 준다며 가슴을 반복해 만졌다고 폭로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중ㆍ고 운동선수 1,139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5~11월) 설문, 심층면접 등을 통해 실시한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63.8%가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골적으로 성 관계를 요구 받은 사례(17건)도 적지 않았고, 12명은 실제로 성폭행을 당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언어와 신체적 폭력은 더 심각했다. 78.8%가 경험하고 있으며, 25%는 일주일에 적어도 한두 번은 코치나 선배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훈련과 상관 없이 욕을 듣거나 맞았다는 학생도 44.4%나 됐다. 피해 학생의 절반 이상(56.4%)이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정도니 알 만하다.

지난해 우리은행 여자농구단에서 발생한 감독의 선수 성폭행 미수사건에서 보듯 이런 사례는 중ㆍ고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박찬숙 대한체육회 부회장은 "감독의 성폭행으로 임신한 뒤 강제로 나가거나, 충격으로 자살을 시도한 농구 선수들도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피해자나 가족 역시 적극 대처할 수 없다. 감독이 선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대상 중ㆍ고생들 역시 49.5%가 선수생활에 불리하거나 선수생활에 위협을 느껴 그냥 넘어간다고 했다. "그래도 운동은 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선수의 장래를 볼모로 사건을 무마한 경우도 있다. 실효성 있는 해결책도 없다. 정부와 학교 역시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 아이들의 학습권이나 인권은 뒷전이다. 인권위 보고서는 그것에 대한 경종이다. 학원스포츠 정책과 제도 전반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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