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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높은 러 극동건설청장 방한·설명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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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높은 러 극동건설청장 방한·설명회 이유는

입력
2008.11.2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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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서해대교가 몇 ㎞죠?”

“서해대교는 7㎞ 정도지만 지금 짓고 있는 인천대교는 18㎞가 넘습니다.”

“그래요? 그럼 이번엔 러시아 극동 경제와 한국경제를 이을 다리를 한번 건설해 봄이 어떻습니까?”

“물론입니다.”

지난 9월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니콜라이 아쉴라포프(사진) 러시아 지역개발부 차관과 권태균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이 나눈 대화다. 당시 아쉴라포프 차관은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모스크바에서 극동으로 급파돼 있었다. 권 실장은 극동시베리아 개발협력센터 개소식 참석차 이곳을 찾았다. 산자부 출신인 김무영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가 주선한 두 사람의 만남에서 아쉴라포프 차관이 자신의 의중을 내 비친 것이다.

사실 아쉴라포프 차관에겐 당시 큰 고민이 있었다. APEC 정상회의가 3년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블라디보스토크에는 국제 행사를 치를 만한 인프라 시설이 사실상 전무했던 것. 공항을 현대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 도로, 호텔, 국제회의장 등도 새로 건설해야 한다. 특히 공항에서 정상회담 장소가 될 루스키섬까진 해상 교량을 3개나 지어야 한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모두 120억달러(한화 약 18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나 문제는 시간. 이 때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경험과 해상 교량 기술, 공기 단축 장점 등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눈에 띈 것이다.

그리고 달포 정도 지난 17일 러시아의 알렉산더 디아친 극동건설청장은 우리나라를 방문, 부산 해운대의 누리마루 등을 직접 둘러봤다. 19일엔 KOTRA에서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열었고, 20일엔 서해대교 현장도 찾았다.

아쉴라포트 차관이 직접 방한할 예정이었으나 ‘APEC 특별법’ 제정이 더 급해 다음으로 미뤄졌다. APEC 특별법이란 외국기업들의 블라디보스토크 APEC 정상회의 프로젝트 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외국인 건설 근로자와 건설장비 등을 까다로운 절차없이 들여올 수 있도록 한 것. 대신 아쉴라포프 차관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2012년 APEC 준비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자금은 전액 국가 예산으로 투자될 것을 강조했다”며 “세계적인 금융위기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적극 참여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러시아가 우리나라 업체들을 선호하는 데엔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잠재적인 경쟁국 또는 분쟁국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디아친 청장이 해외에선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설명회를 개최한 점에서 이러한 배경이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디아친 청장은 몇번씩 면담을 신청해도 만날 수 없던 인물”이라며 “APEC 준비기간이 현실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결국 한국기업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APEC 특별법은 사실상 우리나라 기업들을 위한 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블라디보스토크 특수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990년 수교한 우리나라와 러시아는 올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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