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준호(31)씨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휴대전화에 스팸문자로 등록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때면 친구, 선ㆍ후배, 거래처 직원들로부터 성탄 축하 문자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오지만, 성의도 진정성도 없이 이모티콘만 남발한 이런 단체 문자는 받을 때마다 짜증스럽기 때문이다.
휴대전화가 일반화되면서 언제부턴가 문자메시지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대신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문자 메시지를 받고 감동했던 기억이 있는가. 학창시절 이후 보내지도, 받아보지도 못했던 성탄 카드의 추억을 이번 크리스마스에 다시 한번 되살려보는 것을 어떨까.
막상 희디 흰 카드 속지를 쓰면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몰라 고민스러운 당신을 위해 <작가들의 연애편지> 의 기획자 김다은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나섰다. 작가들의>
김 교수는 크리스마스 카드로 감동을 주기 위해선 직접 카드를 만드는 게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인쇄된 문구가 비슷비슷한 기성품 카드를 보고 인상적인 문구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은 법.
하지만 색도화지나 포장지 등을 재활용해서 이런 저런 장식물들을 오려 붙이고 색칠하면, 아무리 초등학생들의 작업처럼 유치하고 단순하더라도 받는 사람에게 감동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진 카드이기 때문에 카드 문구를 풀어나가기도 훨씬 수월하다. 왜 당신 생각이 났고, 이런 카드를 만들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기억에 남는 도입부를 쓸 수 있다는 것. 카드를 준비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받는 사람이 한 해 어떤 의미였는지가 자연스럽게 마음 속에서 정리된다.
카드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구태의연한 상투어구들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즐거운 성탄 보내세요'나 '행복한 연말 되세요' 같은 전하나마나 한 메시지들은 쓰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 대신 당신이 나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이유를 호감가면서도 세련되게 설득해야 한다.
김 교수는 프랑스 시인 아폴리네르의 편지 속 구절을 예로 들었다. 늘 받던 편지가 며칠째 오지 않자 아폴리네르는 "당신의 편지가 없으니 태양이 익사하고, 집은 어둠의 집으로 변하며, 나는 끌려가는 말처럼 불행하다"고 편지를 기다리는 심정을 표현했다.
이처럼 내게 있어서의 당신의 의미와 평소에 전달 못하고 가슴에 담아뒀던 이야기나 고백, 껄끄러웠던 추억에 대한 사과 등을 성탄절을 계기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특별히 기리기 어색하고 막연한 성탄의 의미보다는 두 사람 사이의 구체적인 감정이나 일화들을 거론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연인이라면 시몬 드 보부아르의 편지를 참고할 만하다. 보부아르는 '나는 당신이 보고싶다'는 메시지를 "새들도 당신을 보고 싶어하고, 피카소 그림 속의 소녀도 당신을 보고 싶어하고, 침대도 당신을 보고 싶어하며,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당신을 보고 싶어한다"고 표현했다. 이렇게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것을 은근한 감성의 문구로 변환해 표현하면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절대 잊어선 안 되는 것. 아무리 악필이더라도 카드는 직접 손으로 써야 한다. 꾹꾹 눌러쓴 육필은 아날로그적 감동의 기본 중 기본이다.
박선영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