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가 고민에 빠지는 계절이다. 일년 중 선물에 대한 기대와 욕구가 가장 높이 치솟는 날, 크리스마스. 저마다 가슴 속에 자기만의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사슴을 품고 어린아이처럼 설레는 날이다.
그런데 내가 산타클로스가 돼야 한다면? 이거 무척 고민스럽다. 어떤 센스 있는 선물을 해야 받는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세대별ㆍ성별 10인이 말한다. "크리스마스엔 이걸 받고 싶어요."
◆ 여중생 박정빈(12) 양
"크리스마스엔 부모님과 함께 옷을 사러 갔으면 좋겠어요. 부모님께서 직접 사다 주시면 제 마음에 안 드는 걸 골라올 수도 있으니까요. 저희 또래들은 옷에 관심이 많아서 친구들이랑 옷 사러 다니는 걸 좋아해요. 중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 교복을 입기 시작했지만 학원에 갈 때는 친구들이 멋을 많이 부리고 오거든요.
하지만 도서상품권은 받고 싶지 않아요. 저는 만들기나 꾸미기를 좋아해서 그런 분야의 책을 사고 싶은데 부모님께선 잘 안 사주시거든요. 결국 부모님 뜻대로 책을 사게 되니까 받아도 하나도 반갑지 않은 선물이죠."
◆ 고3 남학생 문준필(18) 군
"뭐니 뭐니 해도 한창 멋 부릴 우리 나이엔 옷이 최고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지금 가장 필요한 품목이기도 하고요. 드디어 교복을 벗어 던질 때가 됐잖아요. 이제 곧 대학생이 되는 고3 수험생에겐 옷이 가장 절실해요. 새 옷은 많을수록 좋으니 누가 사주든 무난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죠.
반면 필기구는 제발 주지 마세요. 저는 이제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구요. 공부하라고 떠미는 것 같은 데다 애 취급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요. 제발 그만!"
◆ 여대생 문수아(23) 씨
"MP3나 닌텐도 같은 최신 소형 전자제품을 받고 싶어요. 특히 인터넷도 되고 게임도 무제한으로 다운 받을 수 있는 아이팟 터치는 20대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선물이죠. 이런 것들은 솔직히 필수품은 아닌 데다 너무 비싸다 보니 내 돈 주고 사긴 아깝잖아요.
솔직히 제가 십대도 아니고 취업을 앞둔 이 나이에 그런 것들을 사기엔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누가 선물해 준다면 대 환영이에요. MP3는 이미 갖고 있지만 최신형 제품이 나오면 늘 새로 사고 싶어져요. 아, 이럴 때 누가 아이팟 나노 같은 최신형 MP3를 선물해 주면 센스 만점인데!
하지만 머플러나 장갑은 '오, 노(No)!' 마음은 고맙지만 취향에 맞지 않을 경우엔 처치 곤란이잖아요. 너무 뻔한 아이템이라 성의도 없어 보여요. 자기 취향대로 사야 하는 옷도 20대 여성에겐 센스 제로의 선물이구요."
◆ 취업 준비생 최민수(26) 씨
"취업합격증이요! 제발 누가 이런 선물 좀 줬으면 좋겠어요. 벌써 두 번이나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고요. 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누가 취업합격증 같은 걸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질적인 선물로는 여자친구와 함께 나눠 낄 수 있는 커플링을 선물 받고 싶어요. 굳이 비싸지 않아도, 소박한 반지라도 좋을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와 커플링, 아주 잘 어울리지 않나요?
하지만 꽃은 제발 참아주세요. 남자에게 꽃 선물이 웬 말입니까? 차라리 그 돈으로 밥을 한 끼 사주세요."
◆ 독신 직장 여성 강민진(32)씨
"고급 다이어리가 받고 싶어요. 제 인생이나 잘 챙겨보고 싶거든요. 베스트셀러 책과 음반, DVD 패키지도 대환영이죠. 크리스마스 때 바깥에 안 나가고 '방콕'용으로 제격이니까요. 요즘은 휴식을 위한 상품이 최고의 선물이에요. 그런 면에서 호텔 패키지는, 오우, 베스트 오브 베스트죠.
받기 싫은 것도 많아요. 우선 장갑과 목도리, 인형. 흔해빠진 선물인 데다 쓸모도 없어요. 케이크와 꽃다발도 사절입니다. 이런 걸 들고 다니기엔 전 너무 늙었어요. 손만 시리고 귀찮다고요. 향초나 미니 인테리어 소품도 제 취향에 맞추기 어려우니 자제해주세요."
◆ 회사원 최명호(31)씨
"저는 명품 벨트를 받고 싶네요. 요즘은 남성들도 시계나 벨트 같은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거든요. 이런 아이템들이 남성 패션의 완성이기 때문이죠. 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장신구 착용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한번 할 때 눈에 두드러지는 페라가모나 구찌 같은 명품 벨트를 선물로 받고 싶어해요.
싫은 선물이요? 오, 단연 술이죠. 직장 생활은 회식에서 시작해 회식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잖아요. 안 그래도 술에 찌든 삶인데 또 술을 줍니까? 먹고 죽으라는 얘긴가요? 아무리 비싸다 해도 양주 선물은 달갑지 않아요."
◆ 공무원 전미경(45) 씨
"추운 크리스마스엔 스카프나 숄처럼 따스한 선물이 절실해져요. 내 돈 주고 직접 사기엔 괜히 사치인 듯한 생각이 드니까, 추운 겨울 가장 실용성 있는 선물이 아닐까요?
전 테니스 치는 걸 무척 좋아해서 테니스 라켓도 선물로 받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받는 사람의 취미를 제酉?파악해 선물을 하면 정말 고심한 흔적이 묻어나잖아요.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이기도 하니 센스 만점이죠.
하지만 꽃 선물은 받고 싶지 않아요. 받을 때는 기분이 좋지만 돈이 너무 아까워요. 역시 아줌마라서 그런지 실용성 없는 선물은 무조건 싫어요. 꽃보다는 시들지 않는 화분이 차라리 낫겠네요."
◆ 은행원 문대중(41) 씨
"선물은 뭐니 뭐니 해도 실용적인 게 제일입니다. 크리스마스라고 뭐 다를 것 있나요. 그런 점에서 최고의 선물은 역시 백화점 상품권이죠. 아내랑 같이 가서 쇼핑도 할 수 있고, 제게 진짜 필요한 것을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꽃이나 케이크 같은 선물은 질색이에요. 그런 이벤트용 선물이 제 나이에 웬 말이랍니까. 노 땡큐입니다!"
◆ 공무원 오봉희(51) 씨
"화장품이요.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걸 잊으면 안 돼요. 사실 자식들과 남편 먼저 챙기다 보면 화장대는 늘 싸구려 화장품으로 채워지게 마련이에요. 나도 비싼 화장품 한번 써보고 싶은데….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화장품 싫어하는 여자는 없을 걸요?
싫은 선물은…, 옷이에요. 지금껏 수많은 옷 선물을 받아 봤지만 제 스타일에 딱 맞는 옷을 받은 적은 거의 없어요. 취향 파악이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옷인 것 같아요. 마음에 안 드는 옷을 받았을 경우 입지 않게 되고, 누구 주자니 선물 받은 거라 찜찜하고, 정말 난감하죠."
◆ 은퇴 생활자 박철성(62)씨
"역시 현금 아니겠습니까. 나이 먹은 사람들은 다 그렇죠. 어지간한 것들은 이미 다 갖고 있으니까 선물이라고 딱히 받고 싶은 게 없어요. 현금이 좀 그렇다면 넥타이가 괜찮을 것 같네요. 넥타이는 이미 있어도 산뜻하게 새 걸 매고 싶어질 때가 있으니까요. 여기 저기 경조사 챙길 때도 많은데 크리스마스 선물로 제일 무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이런 저런 선물을 많이 받아봤지만, 제일 별로였던 건 옷이었어요. 선물은 선물에서 끝나야 되는데 옷은 받고 나면 거추장스럽지 않습니까? 취향이나 사이즈 맞추기도 어렵고. 올 크리스마스엔 예쁜 넥타이를 하나 선물로 받았으면 좋겠는데요."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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