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6월 입주가 시작된 서울 은평뉴타운 1지구. 입주 6개월이 다 돼 가지만 10채 중 4채는 빈 집. 입주가 더디다 보니 단지 내 상가도 절반 가량은 빈 채로 남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돈다. 상가 투자자 가운데는 아직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계약자들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주변 중개업소들은 전하고 있다.
#2. 한때 빈 사무실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던 여의도 오피스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여파와 폭락한 주식시장 탓에 최근 들어 여의도를 떠나는 개인과 회사들이 생겨나면서 공실률도 3분기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불 꺼진 빈 집에 이어 빈 상가, 빈 사무실도 늘어나고 있다. 건설ㆍ부동산 침체와 맞물린 국내ㆍ외 금융위기와 내수 불황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빚어진 부동산 불황의 '3중주'다. 이 같은 부동산가치 하락은 디플레이션의 대표적 징후이기도 하다.
건설ㆍ부동산 침체에 따른 아파트 미분양ㆍ미입주 증가의 불똥은 이제 상가 시장으로 튀고 있다. 낮은 입주율로 단지 내 상권 형성이 더뎌지면서 준공 후에도 빈 점포로 활기를 잃은 상가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은평뉴타운 외에도 올해 입주가 이뤄진 잠실 주공 재건축 단지들도 더딘 입주 탓에 대부분의 단지 내 상가들이 30~70%의 높은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잠실 상가 분양업체 관계자는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상가 분양에 애를 먹고 있다"며 "분양과 입점은 또 달라, 분양이 된 만큼 점포가 들어서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상가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도 시원찮다. 최근 주공이 성남 판교 주공상가 22개 점포를 공개 입찰 방식으로 매각한 결과 22개 점포 중 3개만 낙찰되고 나머지 19개 점포는 모두 유찰됐다. 화성 동탄신도시 4-5블록에서 공급된 6개 점포도 5개나 유찰돼 주인을 찾지 못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주공 단지 내 상가 분양의 경우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는 수십, 수백대 1의 입찰 경쟁은 물론, 입찰가의 2,3배에 이르는 높은 값에 낙찰이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했다"면서 "그러나 경기 불황 탓에 수도권 최고 인기 택지로 꼽힌 판교에서조차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다는 것은 내수 침체의 골이 예상보다 깊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나홀로' 호황을 누려왔던 오피스 시장도 최근 공실율이 늘어나는 등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서울지역 오피스 빌딩 500동의 9월말 현재 공실율은 3개월전보다 0.2%포인트 상승, 5.5%를 기록했다. 공실율 상승은 폐업이나 이전 등으로 빈 사무실이 증가했다는 것으로, 경기가 침체돼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매매와 임대 거래도 사라지다시피 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외국계 업체의 소유 빌딩이 한꺼번에 매물로 나오면서 물건은 크게 늘었지만 사겠다고 나서는 투자자나 기관은 없다.
금융위기와 주가 폭락의 직접적인 여파가 미친 곳은 여의도. 여의도 C공인 관계자는 "여의도 일대는 빈 사무실 찾기가 녹록치 않은 곳인데 최근 주가가 곤두박질친 이후로 소형 사무실이 임대로 나오고 있다"며 "아직 임대료는 변화가 없지만 불황이 길어질 경우 임대료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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