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다. 실물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건설업에서 시작된, 회생기업과 퇴출기업의 옥석 가리기는 조선ㆍ해운, 상호저축은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인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것은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금융회사의 추가부실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부실기업에 산소호흡기를 제공해 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은 큰 그림 없이 중구난방 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시장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부실기업 솎아내기를 은행 자율에 맡기는 것은 명분은 좋지만,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은행들이 부실기업을 퇴출시킬 경우 가뜩이나 취약한 자산 건전성이 더 나빠질 것을 우려해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 금융감독위원회가 1998년 6월 17일 회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정 받은 313개 기업 중 55개사를 퇴출시켜 시장을 조기에 안정시킨 것과 대비된다. 정부는 은행 자율에만 맡기지 말고, 강력한 권한을 가진 전담부서를 만들어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원칙이 없는 것도 문제다. 건설사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대주단(채권단) 가입을 권유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재벌 계열의 대형 건설업체까지 가입시켜 채무 상환 1년 연장 특혜를 주는 것은 대주주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구조조정 원칙에 맞지 않는다. 기업들이 대주단 등에 가입할 경우 경영권 간섭 문제가 불거지고 지원범위, 자구노력의 기준과 원칙이 없는 것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정부는 환부가 드러난 업종마다 두더지 잡기 식의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구조조정 청사진부터 마련해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기업의 옥석 구분도 중요하지만, 비틀거리는 은행의 체력을 튼튼히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 구조조정과 은행 자산건전성 제고는 동전의 양면이다. 건전성지표가 악화하고 있는 은행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자기자본을 충분히 쌓도록 지원해 줘야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은행에 대해 자본 확충 등 당근을 주면서 중소기업에 돈을 풀라고 요구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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