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이 오른 정부와 은행권의 기업 구조조정 항로가 위태위태하다. 방식과 절차가 상당히 불투명하고 투박하다. 칼을 쥔 은행에서도, 수술대에 오른 업계에서도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없을지 의구심과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은행들은 정부 등살에 떠밀려 시간이 지날수록 발을 더 깊이 담그게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기업들은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자칫 공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불신이 가득하다. 정책 당국자들이 정책 실패에 따른 사후 책임 때문에 적극 나서길 꺼리고 있지만, 구조조정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확실한 의지와 방향 제시가 시급한 실정이다.
19일 금융계와 업계에 따르면 구조조정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손을 떼고 시장에 맡길 것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와 당국자에 대한 보장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 역시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정부는 후선에서 지원 사격만 하고 은행연합회가 전면에 나서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보니 각종 혼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비상 상황이고 시장의 실패를 치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는 주문이 지배적이다. 임영재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시스템 리스크가 있는 비상 상황에서 금융권에만 기업 구조조정을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야만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이 가능하고, 사후적인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옥석을 가리는 기준과 원칙이 명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전 원칙이 분명하고 합리적이지 않다면 반발과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는 탓이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 대기업 '빅딜'이나 강제적인 인수ㆍ합병(M&A)이 상당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충분한 공감대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정부든 은행권이든 살릴 기업과 퇴출할 기업에 대한 명쾌한 기준을 제시하고 추진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종별 구조조정 방식을 제고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업종간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자칫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으로 통상 문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1차 구조조정 타깃이 된 건설업이나 조선업의 경우 해외 수주가 많은 업종이어서 업종 내 우량 기업의 대외 평판까지 악화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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