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전쟁이 시작됐다. 전장은 1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예정된 국회 예결특위의 예산심사장이다. 해마다 치르는 전쟁이지만 올해는 그 파고가 무척 거셀 전망이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의 뼈대인 감세법안이 아직 통과되지 못한 채 정기국회 최대 이슈로 부상해 있다. 사상 최대의 감세와 재정 지출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는 정부 여당과 '부자감세'로 경기를 살릴 수 없고 재정 건전성만 악화한다는 민주당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려 접점이 안 보인다.
여기에 김민석 최고위원 농성, 강만수 재정기획부 장관 헌재 접촉 발언 등의 이슈에서 정부 여당에 판정패했다는 안팎의 평가로 민주당 지도부의 독기가 바싹 올라 있다. 예산안 심사는 기본적으로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견제 장치이다. 민주당은 답안지를 낸 정부 앞에서 '빨간 펜'의 힘을 확실히 보여 주겠다며 벼르고 있다.
18일 발표한 '2009년 예산안 심사 방향'을 통해 민주당의 전략은 윤곽이 드러나 있다. 내용을 보면 일종의 선전포고나 다름 없다. 먼저 종합부동산세, 대기업 법인세, 상속ㆍ증여세 감세 철회로 6조원의 추가세수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적자국채 발행을 17조6,000억원에서 10조원 대로 줄인다는 가이드 라인도 세웠다. 최인기 당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세법과 삭감 규모에서 한나라당과 대립돼 있어 12월 초순 예산안 처리는 불가능하다"고 배수진을 쳤다.
세출예산 삭감 폭도 전례가 없을 정도로 크다. 경제 위기 극복 및 중산층ㆍ서민 민생과 관련 없는 증액 예산은 전액 삭감한다는 기조다. 민주당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3조원을 포함해 약 7조3,000억원 상당의 문제 예산항목 리스트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사용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예산인 특수활동비가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당 소속 의원들에게 각 부처의 공개된 특수활동비는 물론, 여론조사 및 집기 구입 등 명목으로 숨어 있는 장관의 쌈짓돈을 찾아내라는 특명이 내려간 상태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기관장ㆍ장관 판공비가 작년보다 115억원 증가하고 쌈짓돈으로 쓸 수 있는 특수활동비가 8,624억원이나 책정됐다"며 대폭 삭감을 별렀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 처리를 입에 올리지만 전망은 어둡다. 예결특위가 정한 처리 시한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상황이 이렇자 해외 순방 중인 김형오 국회의장은 직권상정 가능성을 흘리며 예산안 적시 처리를 압박했다. 또 이유성 국회부의장은 아직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를 마치지 못한 10개 상임위에 '19일 오전 10시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진실희 기자 tru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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