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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칼럼] 수도권 규제완화는 정치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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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칼럼] 수도권 규제완화는 정치문제다

입력
2008.11.21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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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세상에서 수도권 집중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그 집중은 날로 심해지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또한 나날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 집중은 모든 권력 현상과 마찬가지로 일단 시작되면 그 자체의 동력을 가지고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힘이 힘을 낳고 돈이 돈을 낳는 간단한 원리 때문이다.

누구도 막지 못한 수도권 집중

그런데 한국이 이 점에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한 까닭은 한국이 세계 유일의 '단일사회'이자 '밀집사회'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족속들이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사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고 해도 좋다. 권력이나 돈이 여러 곳이 아니라 한 곳에 모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저항 요소들이 미약한 현실에서 그 구조가 스스로 확장해 온 것이 한국의 역사다.

이런 실정이니 설사 최고 권력자가 지방 분산의 의지를 가졌더라도 수도권의 기득 이익 때문에 실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박정희, 전두환이 그 무서운 독재권력으로도 막지 못한 것이 수도권 집중이다. 의지가 없었다기보다는 그들 역시 수도권의 흡인력에 저항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심으로 지방 균형 발전을 추구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수도권 기득권의 막강한 힘 앞에서 무력화되리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이면 다 알았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판결이었다. 재판관들은 '관습 헌법'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웠지만, 그들 자신이 수도권 기득권자들이었다는 사실이 위헌 판결의 진정한 배경이었다. 적어도 글쓴 이는 그렇게 본다.

이명박 대통령은 시장주의자답게 경기 활성화를 위하여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천명하였다. 그러면서 이것은 경제 문제이니 정치 논리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또 (외국)투자자의 처지에서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통령 뿐 아니라 수도권 규제 완화론자들 모두 이것을 경제 문제일 뿐이라고 강변한다.

참으로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수도권의 돈과 권력이 더욱 커지고 지방이 공동화되는 것이 경제문제인가? 공장과 사람들이, 학교와 취업생이 서울로 몰리고 목포와 춘천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경제문제인가? 서울은 갈수록 번드르르해지고 대구는 갈수록 초라해지는 것이 경제 문제인가? 경제 문제 이전에 정치 문제이다.

그리고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니?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인가 투자자의 대표인가? 수도권 규제 완화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참으로 곤란하다. 규제 완화도 규제 강화도 결국 국민들의 최대 행복을 목표로 해야 한다. 외국 투자자가 행복하면 다수 국민이 행복해질까? 설사 그렇게 믿더라도 우선 고려대상은 국민이어야지 투자자여서는 안 된다.

투자자보다 국민을 생각해야

대한민국의 수도권 집중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다른 나라보다 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아무리 감안하더라도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국가 전체, 국민 전체의 이익을 다방면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이 문제를 경제 문제일 뿐이라거나 투자자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따위의 말을 쏟아내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수도권-지방 문제가 근본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모르는 집권자의 근시안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치를 이렇게 모르는 분이 정치의 최고위직인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 국민은 고달퍼질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구조와 기득이익이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더라도, 집권자의 의지로 어느 정도 방향을 돌릴 수는 있다. 블랙홀 수도권과 그 완화 가운데 어느 것이 진정으로 미래 한국인의 행복을 보장할지 넓고 깊게 생각하기 바란다.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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