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와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선거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맞댔다. 둘은 17일 시카고의 정권인수팀 사무실에서 기후변화, 이민법,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 등 여러 현안들을 논의하며 초당적 국정운영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AP 통신은 이번 만남의 성격을 "더 이상 적도 동지도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통신은 매케인과의 만남은 14일 경선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의 회동에 이어 화합과 단결을 강조하는 오바마의 또 하나의 메시지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와 매케인의 친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함께 참석했다.
둘의 만남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오바마는 앞서 "그가 이 나라에 펼친 봉사에 경의를 표한다"며 "매케인 의원과 함께 나라를 어떻게 개혁할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매케인도 5일 대선 패배연설에서 흑인대통령 탄생을 축하하며 결과를 깨끗이 승복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 두 사람이 정적에서 국정 파트너로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는 무르익은 상태였다.
이번 회동에서 매케인 의원에 내각 제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매케인과 오바마가 지구온난화와 이민법 개정, 관타나모 수용소 문제 등에서 비슷한 입장을 밝혀 왔던 점에 비추어 오바마 당선자가 매케인 의원의 조언을 구하고 공화당에 대한 초당적 이해를 구하기 위한 자리였을 것으로 언론들은 보고 있다.
줄리언 젤리저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오바마는 상원에서의 법안 통과에 매케인의 힘이 필요하고, 매케인은 초당적인 협력자라는 정치유산을 남기기 위해 오바마가 필요하다"고 CNN에 전했다.
취재진 앞에서 잠시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포즈를 취한 둘은 미식축구를 소재로 덕담을 주고 받았다. 오바마는 "다른 지역 언론들이 시카고 언론에 비해 순한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두 사람은 회담 뒤 공동성명까지 발표해 둘의 만남이 단순히 '사진찍기' 용이 아님을 과시했다. 공동성명은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에 당면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단합을 이끌어내고, 워싱턴에 변화를 이끌어낼 인물이 필요하다는데 확신한다"며 "정부의 낭비적 요소와 당파적 이해를 타파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둘은 뜻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대선에서 치열하게 격돌한 대선 주자들의 과거 사례를 볼 때 둘의 만남은 빨리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에 승리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2월 19일에야 고어와 '화해의 만남'을 가졌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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