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강동구 길동의 두산그룹 연수원 '연강원(BLI)'에서는 요즘 하루 평균 200명의 계열사 직원들이 27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단기적인 지식교육보다는 중장기적인 사업전략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사고능력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직원교육 강화는 최근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불황이 심각하지만, 다른 비용은 다 줄여도 직원교육비만은 현행대로 유지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을 살릴 유일한 자원은 인재라는 최고경영자(CEO)의 시각이 엿보인다.
#2. LG전자는 연말까지 신규채용 규모를 전년 대비 50% 늘려 1,500명을 채용키로 했다. 당초 1,000명 가량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휴대폰 부문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인력을 대폭 확대키로 한 것이다. LG는 최근 국내 최초로 외국인을 최고인사책임자(CHOㆍ부사장)로 임명했다.
9월부터 LG의 글로벌 인재관리 및 인재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레지날드 불 CHO는 "LG는 불황기에 인재와 R&D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회복기에는 몇 배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도 이전의 문화와 시스템을 살리기 어렵다는 외환위기 당시의 교훈을 잊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예정됐던 채용계획을 취소하거나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 대규모 감원과 구조조정을 경험했던 일부 대기업들은 오히려 불황을 위기 탈출의 기회로 삼기 위해 인재 채용과 직원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다.
"계획보다 채용 늘리겠다" 13.4%
지난해 10년 만에 그룹 공채를 재개한 동양그룹은 연말 150명을 신규 채용 하는 등 공격적인 인재 확보에 나선다. 더욱이 증권사 구조조정이 한창인 상황에서 동양종금증권도 신입사원 80명을 뽑기로 했다. 이성문 상무는 "불황기이지만 금융종합그룹을 목표로 향후 성장동력인 투자은행(IB)을 육성하기 위해 우수인력 확보 차원에서 채용계획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국내 기업 5개 중 3개꼴로 채용계획을 취소하거나 축소했지만, 계획보다 채용을 늘리겠다는 곳도 13.4%에 달했다.
하나은행은 영업 활성화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목표 아래 하반기에만 279명을 뽑기로 했다. LG파워콤은 올 하반기 신규채용 규모를 상반기 수준인 30명으로 계획했으나,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몰리자 2배인 60명을 뽑기로 했다. 이정식 사장은 "위기만 보면 채용이 위축될 수 밖에 없지만, 위기 뒤에 올 기회를 위해 공격적으로 채용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어려울수록 인재양성에 투자하라
불황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직원들의 교육프로그램 운영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의 개념으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는 1명의 인재가 1,000명을 먹여 살린다는 철학을 토대로 임직원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공격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즈니스전략과 교육을 연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지와 목재사업이 중심인 한솔그룹은 제품개발 과정에서부터 '친환경' 경영전략을 수행할 수 있도록 비전ㆍ가치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박현우 한솔그룹 상무는 "불황기일수록 교육을 통해 직원들이 회사의 미래 성장을 확신하며 자신감을 갖고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을 통해 위기 상황을 돌파한다는 전략 아래 글로벌 인재 양성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항수 상무는 "기업의 위기를 헤쳐갈 자원도 인재이고 미래를 이끌어갈 동력도 결국 인재"라며 "기업의 실적이 좋을 때는 인재교육에 2배 만큼 투자하고, 불황기에는 4배만큼 투자할 수 있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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