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싱가포르 언론 보도
지난 14일 환갑을 맞은 영국 찰스 왕세자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82)이 "죽기 전에는 퇴위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거둬들이고 2013년 물러날 것이란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홍콩 유력지 문회보(文匯報)와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는 17일 영국 왕실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 엘리자베스 2세가 87살이 되는 2013년 왕위를 찰스 왕세자에게 이양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이는 왕위 계승을 60년 가까이 기다려온 찰스 왕세자가 마침내 65세 나이로 영국 국왕에 등극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들 신문은 지적했다. 왕실 고위 소식통은 14일 찰스 왕세자의 환갑 생일잔치 때 일부 인사에 이 같은 사실이 전해졌으며 몇몇 왕실 관계자들은 이를 주제로 토론까지 벌였다고 소개했다.
1952년 부왕인 조지 6세가 암으로 새상을 떠나면서 왕위를 이은 엘리자베스 2세는 이미 등극하기 5년 전 영원히 왕실의 직책을 수행하고 어떤 경우에도 퇴위하지 않을 것이라는 서원을 했다. 이후 여왕은 사적인 자리에서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누누이 언명해 왔다.
하지만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여왕은 최근 들어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찰스 왕세자를 불러 양위를 준비하라는 의향을 전달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2세는 현재로선 건강이 좋아 번다한 왕실 업무를 감당할 수 있으나 5년 후에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그때가 되면 부군 필립공도 92세의 고령이 되기 때문에 여왕과 함께 왕실 활동에 참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것이란 생각도 여왕은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엘리자베스 2세는 얼마 전 찰스 왕세자가 책임을 지고 있는, 자선기금과 비영리 단체를 감독하는 재단 본부를 찾아 행한 인사말을 통해 아들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나타냈다. 여왕은 찰스 왕세자 재단의 그간 활동을 치하하면서 자신과 필립공이 왕세자의 일 처리에 대단히 만족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왕실 전문가는 엘리자베스 2세의 찰스 왕세자에 대한 이례적인 공개 칭찬 자체가 찰스 왕세자의 등극 후에도 영국의 군주제가 안정되게 유지되리라고 믿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신 여론조사에선 국민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다이애나비와 이혼한 뒤 고조됐던 찰스 왕세자에 대한 반감은 상당히 가셔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찰스 왕세자가 왕위를 계승하는데 찬성하는 영국인은 42%에 달해 장남 윌리엄 왕자의 35%보다 앞섰다. 2005년 실시된 조사에서는 찰스 왕세자의 등극을 바라는 비율이 31%로 윌리엄 왕자의 42%에 크게 못 미쳤는데 지금은 역전된 셈이다.
현지 언론 기자들이 버킹엄궁에 여왕의 2013년 퇴위설 진위를 문의하자 궁 대변인은 "엘리자베스 2세는 그동안 일관되게 양위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이런 입장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으로 신문들은 전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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