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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개밥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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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개밥바라기

입력
2008.11.21 02:07
0 0

박형준

노인은 먹은 것이 없다고 혼잣말을 하다

고개만 돌린 채 창문을 바라본다.

개밥바라기, 오래전에 빠져버린 어금니처럼 반짝인다.

노인은 시골집에 혼자 버려두고 온 개를 생각한다.

툇마루 밑의 흙을 파내다

배고픔 뉘일 구덩이에 몸을 웅크린 채

앞다리를 모으고 있을 개. 저녁밥 때가 되어도 집은 조용하다.

매일 누워 운신을 못하는 노인의 침대는

가운데가 푹 꺼져 있다.

초저녁 창문에 먼 데 낑낑대는 소리,

노인은 툇마루 속 구덩이에서 귀를 쫑긋대며

자신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는

배고픈 개의 밥바라기 별을 올려다본다.

까칠한 개의 혓바닥이 금이 간 허리에 느껴진다.

깨진 토기 같은 피부

초저녁 맑은 허기가 핥고 지나간다.

아픈 노모가 혼자서 상경을 했나 보다. 혼자 기다리는 노모를 위해 저녁때에 맞춰 일찌감치 귀가를 했건만 어머니는 먹은 것이 없다고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 소리를 한다.

어머니가 곡기를 끊은 것은 시골집에 두고 온 개를 잊지 못해서다. 주인의 발소리를 기다리며 숟가락처럼 움푹하게 팬 구덩이에 얌전히 엎드려 있을 개를 생각하니 차마 수저를 들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침 초저녁 창가에 돋아난 개밥바라기별이 그 생각을 더 간절하게 한다. 개가 판 흙구덩이처럼 어머니의 침대도 움푹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도 움푹하다. 이 움푹한 허기가 맑게 빛난다. 나의 허기를 통해 타자의 허기까지 느끼고, 그 아픔을 서로 까칠한 혀로나마 핥아줄 수 있다면 이런 마음이야말로 별이 아니겠는가.

깨진 토기와 같다면 고고학자라도 되어 조각조각 이어 붙여야 할 것이다. 금이 간 토기 속에 아름답고, 슬프고, 저리도록 빛나는 허기가 담겨 있다.

손택수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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