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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은 가고 꺼벙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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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은 가고 꺼벙이 뜬다?

입력
2008.11.21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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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가'는 가고 '꺼벙이'의 시대가 오는가. 한동안 예능프로그램을 호령했던 독설가들의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 연예인들에 대한 거침없는 독설로 인기몰이를 했던 김구라는 최근 방송된 SBS '절친노트'에서는 자신이 인터넷 활동 시절 그토록 '씹어대던' 문희준을 찾아가 사과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코너 '세바퀴'에서는 주부 연예인 게스트에 눌려 "무슨 말을 못하겠다"고 하소연한다. 예전 그의 '악명'이 빛을 바랜 모습이다.

일명 '호통 개그'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박명수 역시 마찬가지다. MBC '무한도전'에서 '하찮은 형'이라 불리며 과거의 막무가내식 독설가 대신 힘없는 가장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독설이 빠진 자리는 엉성한 꺼벙이 캐릭터들이 채우고 있다.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 코너에서 이천희는 무슨 일이든 제대로 처리 못하는 '엉성 천희'로 인기를 끌고 있고, '세바퀴'의 임예진과 '골드미스가 간다'의 양정아는 곱상한 외모를 무색케 하는 멍한 행동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잡는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는 "시청자들은 독설의 쾌감도 좋아하지만 오락 프로그램을 그저 편하게 보고 싶은 심리도 있다. 잘 생긴 배우들의 엉성한 모습을 보며 마치 바보 캐릭터를 보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독설로 화제를 모았던 연예인들이 주류에 편입한 점도 독설의 몰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젠 메인 MC 자리에서 출연진을 아우르는 경우가 많아진 김구라와 박명수가 예전 같은 독설을 내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KBS '개그콘서트'의 '왕비호' 윤형빈 역시 최근에는 새 앨범을 낸 가수들을 상대로 '적당한' 독설을 날리며 오히려 앨범 홍보를 도와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독설이 날카로움을 잃으면서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엉성한 꺼벙이 캐릭터들이 예능프로그램의 대세를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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