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대대적으로 시작됐던 검찰의 공기업 수사가 6개월 만에 맥없이 마무리됐다. 총 250명을 사법처리해 양적인 면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권력형 비리나 구조적 비리를 밝히는 데는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또 방만한 운용(배임) 등으로 기소된 석유공사 본부장 등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는 등 한계점도 드러냈다.
◆ CEO부터 말단까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부장)는 지금까지 전국 검찰에서 전체 공기업의 10%에 해당하는 30곳의 비리를 적발해 총 82명을 구속기소하고 16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한국도로공사가 44명(공기업 소속이 아닌 뇌물공여자 등도 포함)이 적발돼 5명이 구속됐고, 토지공사는 26명이 적발돼 6명이 구속됐으며, 경기도시공사는 23명이 적발돼 7명이 구속됐다. 농협과 대한주택공사도 비리 연루자가 각각 10명을 넘었다.
특히 한국철도공사, 군인공제회, 한국중부발전, 농협, 경기도시공사 등 7개 공기업의 CEO가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임원급 이상 26명, 실무자 109명이 입건돼 이중 54명이 구속되는 등 비리가 직위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전 토지공사 사장의 아들이 아버지 직위를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금품을 받아 적발되고, 군인공제회 전 이사장 아들도 비리에 연루되는 등 가족과 친인척들도 공기업 비리에서 한 축을 담당했다.
◆ 범죄형태도 다양
공사 발주 및 납품 대가로 하청업체나 협력업체에서 금품을 받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강원랜드, 토지공사, 가스공사, 주택공사, 그랜드코리아레저(한국관광공사 자회사) 등에서 이런 비리가 발생했다. 받은 금품을 상급자에게 상납하는'먹이 사슬'도 적발됐다.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연구소 등에서 공금 횡령 비리가 많이 발생했다.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에서 물품 구매 요청서를 만들어 공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고, 근로복지공단 직원은 경매 배당금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채용ㆍ인사비리도 도를 넘었다. 증권예탁결제원에서는 신입 직원 채용 점수 조작이 있었고, 부산시설관리공단 최모 전 이사장은 직원 채용 및 승진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 장영달 전 의원은 도로공사 간부 승진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아 적발됐다.
이 밖에 금융공기업에서는 대출 및 자금지원 관련 비리가 많아 부실화 우려가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 수사 한계
이번 수사는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드러냈다. 애초 감사원이 적발해서 넘기고 검찰은 사법처리만 한 사건도 상당수 포함돼 있고, 저인망식 압수수색과 곁가지 수사로 논란을 빚은 부분도 있다.
강원랜드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해 비자금 조성이나 조직적 비리 적발을 겨냥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오히려 하청업체인 케너텍 수사로 가지를 늘리면서 한수양 포스코건설 사장, 중부발전 비리 등을 캐냈다.
금품수수를 밝히지 못하면 방만경영에 대해 사법적 제재를 내리기 어려운 한계점도 부각됐다. 전 석유공사 해외개발본부장 등은 업체에 시추비용을 과다 지급해 석유공사에 4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기소됐지만 무죄가 선고됐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어려워지고 있는 수사여건 속에서도 전국의 검사들이 최선을 다해 나름대로 평가할만한 결과를 냈다"고 평가한 뒤 "여러 논란에 대해서는 더 수사능력을 갈고 닦으라는 질책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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