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요 13개 청(廳) 단위 기관장 60% 이상이 지난해보다 업무추진비를 더 많이 지출한 것으로 파악돼 이명박 대통령의 예산 10% 절감 방침을 무색케 하고 있다. 특히 일부 청장들은 현 정부 출범 초기에는 업무추진비를 아껴 쓰다가 이후 씀씀이가 늘어났다. 또 일부 기관은 국무총리훈령을 어기고 아예 공개 주기를 늦추거나 부실하게 공개했다.
한국일보가 13개 청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올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청장 업무추진비 사용액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기상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조달청 특허청 경찰청 통계청 농촌진흥청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모두 8곳에서 늘었다. 8개 기관장이 이 기간 동안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모두 2억3,3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388만원(평균 11.4%) 증가했다.
청장 업무추진비의 증가는 예산절감에 역행할 뿐 아니라, 조직 운영에도 부담이 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기관 업무추진비(청장 업무추진비+일반 업무추진비)가 2007년 수준으로 동결된 상황에서 청장 업무추진비가 늘어나면 그만큼 일반 부서의 업무추진비가 줄기 때문이다.
증가 폭이 가장 큰 곳은 올 여름 날씨 오보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기상청이었다. 올해 3월 취임한 정순갑 기상청장은 8월까지 직원 및 유관기관 조의금 명목 102건 등 총 167건 1,774만원을 사용했다. 이만기 전 청장이 지난해 같은 기간 지출한 1,289만원보다 37.7%(485만원) 늘었다. 증가율 2위는 조달청으로, 장수만 조달청장은 2,146만원을 지출해 1,752만원을 쓴 김성진 전 청장보다 22.5%(395만원) 더 사용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내가 조달청장을 하면 예산을 10%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밖에 남인희 전 행정복합도시건설청장 426만원, 고정식 특허청장 366만원, 어청수 경찰청장 322만원, 김대기 통계청장 191만원, 이수화 농촌진흥청장 121만원, 윤여표 식약청장 80만원 순으로 업무추진비가 늘었다.
특히 일부 청장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3~5월에는 업무추진비를 줄였지만 6~8월에는 다시 늘렸다. 전체적으로는 약 426만원 정도 더 쓴 것으로 파악된 남인희 전 청장은 3~5월에는 지난해보다 497만원이나 절감했지만 6~8월에는 되레 923만원을 더 사용했다. 감소액 3위를 차지한 허용석 관세청장 역시 초반에는 585만원을 덜 사용하다 6월 이후에는 215만원을 더 썼다.
반면 양치규 방위사업청장은 이 기간 동안 업무추진비 씀씀이를 54.3%(2,567만원)나 줄였다. 임채진 검찰총장(496만원), 허용석 관세청장(370만원), 강희락 해양경찰청장(298만원), 박종달 병무청장(282만원) 등도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
한편 국세청과 소방방재청은 2008년 6월까지만, 문화재청은 2007년 1~6월치만 업무추진비 사용액을 공개했다. 산림청은 올해 4월치를 공개하지 않았고 중소기업청은 파일 오류로 확인돼 관리가 부실했다. 2003년에 제정된 국무총리 훈령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는 통신망을 활용한 정보공개시스템를 통해 기관별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주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윤재웅 기자 ju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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