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침대에서 반쯤 잠 든 상태에서 두 딸 말리아와 사샤가 방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것을 본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야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 이후 처음 CBS TV와 인터뷰를 갖고 근황과 향후 정치 일정을 밝혔다. 부인 미셸과 함께 16일 CBS TV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60분>에 모습을 드러낸 오바마 당선자는 관타나모 기지를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부시 정부와 선을 그으면서도 공화당 인사를 내각에 기용할 것이라고 말해 통합의 정치를 펼칠 의향을 밝혔다.
인터뷰를 진행한 스티브 크로프트 특파원은 오바마 당선자가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으며 지난 주에는 오바마 당선자의 참모들을 대상으로 선거 전략에 대해 인터뷰하고 이를 미국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내보냈다.
내각 인선과 관련, 오바마 당선자는"공화당 인사도 내각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으나 몇 명이나 입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내각 인선 발표 시기에 대해서도 "조만간"이라고만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의 국무장관 기용설에 대해 오바마 당선자는 "클린턴 의원은 필요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자 내가 만난 가장 사려 깊은 공직자의 한 사람"이라며 수용할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자동차 산업 지원 문제와 관련, 오바마 당선자는 "완전히 무너지는 것은 재앙"이라며 적자로 휘청거리는 제너럴모터스(GM)를 지원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 대한 지원이 백지수표가 될 수는 없다"며 업계의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대통령 당선 이후의 신상 변화도 소개했다.
당선 순간을 어떻게 맞이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미셸은 "TV를 돌리다가 남편(오바마)의 모습과 함께 '대통령 당선자 오바마'라고 쓰여진 화면을 봤다"며 "남편에게 '와! 당신이 44대 미국 대통령이야'라고 소리쳤다"고 회상했다.
백악관에 같이 입성할 개와 관련, 미셸은 "할 일 많은 정권인수기에 개를 갖는 것은 좋지 않다"며 "올 겨울이나 내년 초 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리아와 사샤가 2006년부터 개를 갖고 싶다고 졸랐으나 오바마 당선자가 "백악관에 가면 개를 가질 것"이라며 거절했는데 이제 두 딸의 소원이 이뤄지게 됐다고도 기뻐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부각되는 현실도 인정했다. 그는 "평소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장모가 대선 결과가 나오자 내 손을 꼭 잡으며 뛸 듯이 기뻐했다"며 "흑백 차별의 현실을 겪은 장모가 느끼는 감정이 모든 흑인의 감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백악관 입성을 앞두고 가장 두려운 것 가운데 하나가 "익명성을 잃는 것"이라고 말한 뒤 "어떻게 해야 가족이 백악관에서 평소의 생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당선된 뒤 편하게 동네를 어슬렁거릴 수 없게 되는 등 사소한 일상을 잃어버렸다"면서 "오랫동안 이용한 단골 이발소를 갈 수 없어 이발소 주인을 익명의 장소로 불러 머리를 깎게 했다"고 말했다.
지난 주 두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학부모 간담회에도 참석했다는 그는 이번 크리스마스 휴가를 평소처럼 고향 하와이에서 보내는 등 대통령이 되기 전 가급적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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