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난전 양상이다. 경제난국을 비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 종합부동산세 개정, 대북 관계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저마다 다른 목소리와 처방이 나오면서 한바탕 격론이 벌어질 조짐이다.
오랫동안 침묵해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7일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운영과 인사, 대북정책 등 국정운영 전반을 총체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여당 지도부는 종부세 개정을 놓고 이견을 드러내며 격론을 벌이고 있다. 한미FTA 비준을 놓고는 여야 각 정파가 다른 생각을 내놓다가 급기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2008년 연말, 정치권에 떨어진 숙제는 하나 하나가 무겁고 중차대하다. 논쟁은 막을 게 아니지만 분열로 치달으면 곤란하다. 서로 다른 의견을 종합해 건강한 대안을 창출해내는 정치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7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인사에서 대북정책, 규제완화에 이르기까지 완곡하지만, 그 이면에 신랄함이 깔린 지적들이 이어졌다.
먼저 인사를 문제삼았다. 박 전 대표는 "최고로 잘할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사라면 전(前) 정부의 인사라도 쓸 수 있어야 한다. 최고 경륜, 전문성 있는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중용해야 한다"며 탕평 인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비정치권에 방향을 맞춘 편중된 내각 운영"이라며 "정치권, 비정치권을 가리지 말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전문가 내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야당과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됐으나 청와대가 거부한 경제부총리 부활론에 대해 "이 부처, 저 부처로 나뉘어져 조율이 안 되는 것 같다"며"적어도 국제금융이나 최근 국내외 상황을 종합 컨트롤할 타워는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금융위기와 관련, "1998년 외환위기에서 배우지를 못한 것 같다"며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때는 다른 나라들은 잘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그나마 우리나라가 수출 덕분에 돌아갔는데 요즘은 세계적으로 어려워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박 전 대표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대해 "무조건 푼다고 좋은 것은 아니고 분명한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시장경제가 공정하게 돌아가기 위한 감독과 규제는 철저히 하고 시장의 발목을 잡는 것은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미국 금융위기 파장도 원칙을 안 지켰기 때문 아니냐"는 언급도 했다.
그는 자신이 비판했던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선 "나라가 분열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수도권, 비수도권의 편을 너무 갈라 놓았다"며 "지방이 다 죽어가는데 어디 한 군데만 살리면 되겠느냐. 지방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남북관계도 언급, "북측이 강력한 조치들을 들고 나오는데도 우리는 제대로 된 예측과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개헌에 대해선 "지난 대통령선거 때 약속했던 사안인만큼 하기는 해야 한다"며 '4년 중임제' 소신을 거듭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했는데 어려움이 많아져 국민 앞에 면목이 없는 입장"이라며 "새 대통령이 뜻을 펼칠 초창기인만큼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용히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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