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상승!'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일주일 새 10% 포인트 가까이 올라가자 한나라당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도는 45.1%. 1주일 전인 10월 30일 조사(35.2%)보다 무려 9.9% 포인트나 올랐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14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며칠 전 리얼미터 조사에서 당 지지도가 45%까지 올라갔다"고 소개하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당 지지도가 꾸준히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아예 당 홈페이지 첫 화면을 지지율 상승 소식으로 장식했다. '한나라당 정당지지율 45.1%로 대박상승'이라고 소개한 뒤 '반드시 경제를 살려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까지 곁들였다.
한나라당은 지지율 상승 이유를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10월 30일)과 11ㆍ3 경기대책 발표로 인한 경제회복 기대감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사를 맡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도 "조사 시점에 주식이 며칠 간 오른 게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에게 어필한 것 같다"며 "지역으로는 영남, 연령에선 50대 이상에서 큰 폭 상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대는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많다. 여론조사기관 A사 관계자는 "한미 통화 스와프나 경기대책 발표 등은 대통령 지지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 여당 지지도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며 "다른 이유를 찾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 한나라당 지지율이 죽을 쒀오다가 정상 수준으로 조금씩 회복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대박 상승'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오버"라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1주일 만에 정당지지도가 9.9%포인트나 상승하는 것은 상당히 큰 변화가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라며 "별다른 국민적 감흥이 없었는데 지지도가 뛰었다면 좀 이상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사 당시엔 정치적으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없었다. 다만 한나라당 내에서 수도권 규제완화를 두고 박근혜 전 대표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등 비주류 의원들의 정부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그래서 C사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 노릇을 못하는 가운데 한나라당 내부에서 정부를 비판하고 나선 게 오히려 한나라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조사 자체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조사 표본수가 700명에 불과해 오차범위가 ±3.7% 포인트나 되고, 조사방식도 ARS전화조사이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 하나에 한껏 감격해 하는 모습이 역설적으로 집권 여당이 처한 곤궁함을 보여 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