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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어려울수록 '원칙의 경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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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어려울수록 '원칙의 경제'를

입력
2008.11.1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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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9월에 세계 5위 투자은행(IB)인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한 이후 심각한 글로벌 신용경색에 직면하고 있으며 실물경제도 동시에 추락하는 복합불황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위기는 금년 2/4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일본 영국 및 유로권에 이르기까지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을 모두 마이너스로 돌려 놓았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경제국에까지 경기둔화 압력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감세보다 재정 확대 주력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부동산 버블 붕괴로 시작된 세계경제 침체는 과거 경기침체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골이 깊고도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본격적인 실물경기 침체가 막 시작된 데다 미국과 유로존 국가들의 자산가격 및 부채조정 과정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흥 경제국가들도 미국과 비슷한 부동산가격 붕괴의 위험에 직면한 상황이다.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버블 붕괴에 따른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도 향후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수출부진과 내수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경기둔화가 심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어쩌면 2%대나 그 이하로 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런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총 33조원 규모의 재정 확대 및 감세정책을 발표하였다. 정책금리 인하도 단행되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재정 확대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 확대는 경기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취약부문에 유효적절하게 정책효과를 집중할 수 있는 정책수단인 반면, 감세정책은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데 상당한 시차가 있을 뿐 아니라 정책효과가 무차별적으로 나타나는 약점이 있고 정책금리 인하는 신용경색 상황에서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는 추가적 규제완화를 통한 가격 띄우기보다 미분양 주택의 해소 및 건설사 유동성 지원 등을 통해 위기확산을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대규모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가 시행되었음에도 먹히지 않는 것을 보면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정책적 요인보다는 거시경제적 여건 악화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동산 관련 추가 규제완화는 당장의 수요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향후 오히려 완화적 통화정책과 맞물려 재차 부동산가격 버블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하며 취약계층 지원

구조조정 문제도 중요하다. 신용경색 및 경기침체 과정에서 출현할 수 있는 부실기업 처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다. 모든 부실을 다 떠안고 가자는 식의 위기대응방식은 미래를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리할 것은 정리하겠다는 입장에서 신속한 구조조정을 유도하되, 실업자, 신불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대책을 강화함으로써 재활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모두 어려운 시기를 살게 되었다. 이런 시기일수록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원칙에 기초한 정책당국의 역할이다. 시장 실패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시장주의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고 경제시스템을 건강하게 복원할 수 있는 정책당국의 비상한 균형감각과 분발을 기대해 본다.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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