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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대원 화백 3주기전/ 한점 한점… 부딪히고 얼싸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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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대원 화백 3주기전/ 한점 한점… 부딪히고 얼싸안고

입력
2008.11.1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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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에 화려한 색채의 향연이 펼쳐진다. 18일부터 12월 14일까지 열리는 한국 화단의 거목 고(故) 이대원(1921~2005) 화백의 3주기전이다. 3년 전 11월 20일 이 화백이 세상을 떠난 후 열리는 첫번째 회고전으로, 유족과 컬렉터 등이 소유한 대표작 70여점을 통해 그의 70여년 미술생애를 돌아본다.

경기 파주 출생인 이 화백은 부유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부터 유화를 그리며 미술에 재능을 보였다. 집안의 뜻에 따라 경성제대 법대를 나왔지만 독학으로 그림을 계속해 홍익대 미대 교수와 총장, 한국박물관회 회장과 예술원 회장을 지냈다.

그는 평생 농원, 과수원, 산, 연못 등 친숙한 우리 자연을 담은 구상화를 고집하며 한국적인 소박한 맛과 화려한 색채가 공존하는 특유의 화풍을 구축했다. 시간 순서대로 보려면 전시장 2층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17세 때인 1938년 조선미술전 입선작인 '언덕 위의 파밭'을 시작으로 1950~60년대 그림들이 모여있다.

정물을 비롯해 고향 파주의 풍경을 담은 그림들인데, 유화임에도 불구하고 동양적인 느낌이 강하다. 한국 사람이 서양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이 화백은 서예와 수묵화 등을 배워 동양화의 기법을 자신의 그림에 도입했다.

1970년대 그림에서는 그의 독특한 점묘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밝은 원색의 수많은 점으로 표현된 산과 들, 나무는 서정적이면서도 생동감이 넘친다. 1980, 90년대로 가면 색감이 훨씬 화려해진다. 물론 소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그대로다. 1973년부터 파주 화실에서 작업한 이 화백은 생전에 이렇게 썼다.

"평범하기만 한 야트막한 산과 논, 그리고 나무 하나하나가 각기 독특한 애정으로 손짓해 부른다. 무한한 형태, 무한한 색채를 이 조그마한 눈 머리 손을 가지고서는 도저히 정복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 한 포기 풀, 한 줌의 흙을 사랑스러운 마음과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이들은 깊은 곳으로부터 내 화심(畵心)을 이끌어내고 있다."

말년의 작품들이 걸린 1층으로 내려가면 양쪽 벽면에 걸린 1,000호짜리 작품 '과수원'과 '인왕산'이 시선을 압도한다. 총천연색의 점과 선들이 끊임없이 부딪히고 들끓어 마치 절정에 이른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폭발하고 있다. 아이처럼 순수하면서도 긍정적인, 인생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5개 국어에 능통한 지식인이었던 이 화백은 1959년부터 8년간은 반도화랑을 운영하면서 박수근, 장욱진, 변관식, 김기창 등의 작품을 해외에 알리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후배의 개인전에 가면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한 점씩 직접 사고, 화가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후학에 대한 배려와 넉넉한 인품으로도 존경받았다. 그가 '화단의 신사'로 불렸던 이유다.

제자들은 그런 스승을 마음 속 깊이 기억하고 있다. 김용철 홍익대 미술대학원장, 이두식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장, 사진작가 배병우씨 등으로 구성된 '이대원 선생님을 기리는 모임'은 미국 조각가 탈 문 스트리터가 제작한 4m의 대형 조각 '이대원의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파주 농원에 설치하고 18일 헌정식을 갖는다. 이 화백의 작품 800여점을 수록한 2권짜리 화집(시공사 발행)도 발간된다. (02)519-0800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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