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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인간이 초대한 대형 참사' 큰사고는 작은 실수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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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인간이 초대한 대형 참사' 큰사고는 작은 실수가 불렀다

입력
2008.11.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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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차일스 지음·황현덕 등 옮김/수린재발행·512쪽·2만2,000원

<위험 사회> 의 저자 울리히 벡 뮌헨대 교수에 의하면 근대성에 내재된 재난과 사고 등 위험 요소는 본질적으로 사회구조적 문제이다. 실제로 21세기 접어 들어 인간의 이기심과 실수로 인한 생태학적 재앙, 이혼 증가, 가족구조 변화, 실업과 금융대란 등 그 목록은 증가 일로다.

그러나 그 무엇도 인간의 실수로 인한 대형 참사가 보여주는 광범위한 파괴력과 장기적인 불행을 따를 수는 없다. <인간이 초래한 대형 참사> 가 보여주는, 1788~2000년 즉 근ㆍ현대 200여년 동안 발생한 대참사들에 대한 실제적 탐구는 현대인들에게 어떤 교훈을 줄 것인가.

1982년 2월 북대서양에서 세계 최대 규모(1만4,000톤t)로 절대 가라앉지 않는다던 캐나다의 반잠수 해양시추선이 엄청난 폭풍우에 전복됐다.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작은 창문 틈으로 15미터 높이의 파도가 몰아치는 바람에 걷잡을 수 없는 참사를 부른 것이다. 제어 담당자의 부주의 때문이었다.

책은 기계적 결함, 인간의 오판, 예기치 못한 화학적ㆍ물리학적 작용, 인간적 한계, 징후의 포착, 실수 등으로 나눠 대참사의 원인을 파고들어간다. 그리고 참사의 과정을 눈앞에서 보듯 생생하게 묘사한다. 옮긴이의 말처럼 "얼마나 하찮고 작은 요인들이 전체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인간이 만든 과학기술이 어느 시점에 인간의 생명을 뺏는 극한의 공포로 변하는지 냉정하게 기술"하고 있다.

최근 자동변속기의 일반화로 폭증하고 있는 자동차 급발진 문제, 자동 조종의 제어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비행기의 수평 유지를 간과하는 문제 등은 부주의가 초래하는 사건의 대표적 경우다. 또 1984년 인도 보팔에서 벌어진 맹독 가스 유출 사건은 주택 밀집지 옆에 화학 물질 제조 공장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저버린 대가였다. 영화로 잘 알려진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처럼, 세계의 관심이 꽂혔던 1970년 아폴로13호의 산소탱크 과열 폭발 사건도 인재였다.

먼 훗날에 진화론자들은 21세기를 인간의 '호모 사피엔스'(지혜가 있는 인간)에서 '호모 마키너'(기계 인간)로의 전환기로 명명할지도 모른다. 즉 인간보다 훨씬 큰 능력을 가진 세상에서 복잡하고 강력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해할 수 있는 인종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시대였다고 볼 것이라는 가정이다.

멀지 않은 미래는 리더 상(像)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때 리더의 의미란 '어디에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는지를 미리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민주적 참여라는 문제의 뜻도 바뀐다. 위험 사회에서 사람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천재보다는 책임감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와 관리자가 될 것이라는 미래 비전이다.

저자는 "다가올 세계에서는 사소한 실수가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보다 높은 수준의 경계를 촉구한다. 거기에서 가정과 기업, 국가의 차이는 무의미하다.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공유해야 한다.' 책의 실제적 교훈이다. 최전선의 실무자(머신 프론티어)의 말에 귀 기울이라는 충고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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