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여권만 만들면 되는 줄 알았는데, 또 무슨 절차가 있다구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청 1층 민원여권과. 다음 주 무비자로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전자여권을 발급 받으러 왔다는 조인수(71)씨는 따로 인터넷 허가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말에 "컴퓨터를 잘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냐"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17일부터 미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이 시행돼 관광과 업무 목적의 90일 이내 무비자 미국 여행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단기여행 시에도 비자를 받기 위해 미 대사관 앞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무비자 미국 입국 절차가 아주 쉬운 것만은 아니다.
우선 전자여권을 발급 받은 뒤 미 국토안보부에서 운영하는 '전자여행허가제'(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ㆍESTA) 사이트(esta.cbp.dhs.gov)에서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문제는 아직 한국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 입력 항목도 이름과 생년월일, 국적, 여권번호 등 17개에 달한다. 이 때문에 컴퓨터에 익숙지 않은 노년층이나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불편이 따른다. 수수료는 없고 5분이면 절차가 마무리되지만, 거부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여행 출발 최소 3일 전에 허가를 받는 것이 좋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늦어도 12월 중순까지는 ESTA 사이트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당분간은 컴퓨터와 영어에 익숙지 않은 분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무비자 시행으로 미국 방문자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강남구청 민원여권과의 경우 하루 평균 250~300건의 여권 관련 업무 가운데 무비자 미국 방문을 위해 유효기간이 남은 여권을 전자여권으로 바꾸려는 민원이 절반을 넘는다.
여행사와 항공업계도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모두투어의 경우 그 동안 수요가 없었던 미주 허니문 상품과 실버여행 상품을 계획 중이다. 대한항공은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주 4회에서 7회로 늘리고, 지난 9월 고유가로 운항을 중단했던 라스베가스 노선도 다음달 16일부터 주 3회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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