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에서 내각이나 고위공무원 자리를 원하는가, 아마 (물건을 모으는 습성이 있는) 숲쥐만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정권인수팀이 '자리'를 원하는 구직자에게 제시한 7쪽 자리 63개 문항 내용을 보고 뉴욕타임스가 내놓은 촌평이다. 예전 정부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온갖 까다로운 항목이 많아 숲쥐 중에서도 좋은 것만 긁어 모으는 숲쥐가 아니면 지원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다.
지원자들은 자신이나 가족이 총을 가지고 있는지에서부터 대통령 당선자를 당혹하게 할 이메일이나 블로그, 페이스북 링크를 갖고 있는지, 인터넷상의 가명이나 별명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 온갖 시시콜콜한 답변까지 요구하고 있어 50달러 이하 교통딱지가 '사소한 것' 중 유일하게 제외된 것이란 말이 나온다.
사람들을 가장 경악케 한 것은 가족과 주변 사람에 대해 묻는 18번 항목. 배우자와 직계가족 중에 페니메이 프레디맥 AIG 워싱턴뮤추얼 등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에 관계된 사람이 있는지, 인종적 성적 차별과 연관된 단체에 가입한 적이 있는지, 금융기관 지분 5% 이상 가진 사람이 있는지 등은 물론이고 집안에서 일하는 가정부 보모 운전사 정원관리인 등의 이민법상 지위까지 묻고 있다.
정권인수팀의 스테파니 커터 대변인은 "워싱턴을 바꾸겠다는 오바마 당선자의 의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뉴욕타임스는 "63개 항목을 전부 대답하려면 본인은 물론 배우자나 자녀들의 사적, 직업적 정보를 얻기 위해 지하실에서 다락방으로 옮겨 다니며 신발상자나 일기장, 컴퓨터 자료 등을 뒤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력서도 본인이 작성한 것에다 과거 10년 동안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쓴 진술이나 의견서를 첨부하도록 했다. 이력서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빌 클린턴과 지미 카터 정부에서 정권인수팀에 참여했던 마이클 버먼 변호사는 "정권이 바뀌면서 항목은 점점 더 많아지게 마련"이라면서 "내가 정부 자리를 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기쁠 따름"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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