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 핼버스탬, 주디스 레벤탈 등 지음ㆍ김명렬 옮김/바움 발행ㆍ전 2권(1권 336쪽, 2권 320쪽), 각 권 1만1,000원
우울한 소식들뿐이다. 최악의 실업난, 가족 해체, 자살, 폭력. 괴테가 "여성적인 것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했던 말이 실은 이 세계의 파괴성에 대한 역설적 강조였다는 생각마저 드는 21세기 초입이다.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고들 했다. 그러나 가난이 선(善)함의 동의어일 때, 가난은 위로가 되고 힘을 준다. <작은 기적들> 에는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는 일화들이 각각 56편씩 담겨 있다. 잊고 있던, 가족과 여성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작은>
보통 미국 사람들의 삶, 실화를 소재로 한 이 책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우리 삶 속의 작은 기적들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현대 도시생활에 엄존하는 무수히 많은 소외의 형태에 대한 보고서로도 읽힌다.
한 알코올중독자가 재활모임에서 어렵사리 술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주정뱅이 화가였던 아버지에 대한 미움 때문이라는 자신이 깨닫지 못하고 있던 사실을 직시하도록 도와준, 모임에 함께 한 사람들과의 교감 덕분이었다. 남편과 긴 여행에서 돌아와서야 열쇠를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한참을 망연자실해 있는데, 전혀 예기치도 않게 이웃의 도움으로 집으로 들어간 일 등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우리에게도 나날이 일어나는 '작은 기적들'이다.
더러는 개인적인 내밀한 경험도 있다. 받으면 계속 끊기는 이상한 전화가 자꾸만 왔다.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된 어머니의 사진을 본 그는 어머니의 생일 축하를 못 했다는 데 생각에 미쳐, 사진 속의 어머니에게 사과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다.(1권 169쪽 '어머니의 생일')
편편이 오 헨리의 단편소설을 읽는 듯, 일상 속의 작은 기적들을 느끼게 한다. 기독교 혹은 유대교의 관습과 신념이 이야기 속에 더러 잠재해 있긴 하지만 책은 전체적으로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 보통 미국 사람들의 잔잔한 일상을 진솔하게 기록하고 있다. 진실의 힘은 강하다. 테러와 금융대란 등 거대 담론에 가려진 보통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모은 이 책은 150여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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