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친구 찾기에 여념이 없다. 신문 방송 등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인맥'을 강조하면서 혹시나 나라의 어느 구석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오바마의 옛 친구와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다. 외교 실무라인은 아예 묵묵부답이고 그나마 국제적 인맥이 있다는 국회의원 몇 명이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여하여 오바마 당시 후보자와 악수하며 찍은 사진 한 장이 한국과 미국 대통령 당선자 사이에 형성된 스킨십의 전부이다.
없는 인맥 급하게 찾는 구차함
하지만 내년 초 미 대통령 취임식까지 국내 인맥을 뒤져봐야 나올 리가 만무하다. 오바마 당선자가 정치에 입문한 지 10년 남짓밖에 안 되는 신인이고 워싱턴의 중앙무대보다는 시카고 외곽에서 빈민운동으로 자신의 입지를 세워 백악관을 접수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주류 인사들만 접촉을 시도했던 한국 정부나 정치권이 유색인종이자 비주류 정치인인 오바마에게 그 동안 관심이나 두었을지 의문이다. 투자가 없으니 과실이 있을 수 없다.
한국 정부의 해외 인맥 관리는 참으로 원시적이다. 일을 당해야 허겁지겁 인맥을 찾는다. 이러한 해외 인맥 관리의 허술함은'당장 힘 있는 사람 앞으로!'라는 인맥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근시안적 발상에서 비롯됐다. 외국에 있는 어떤 사람을 안다고 인맥이 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 사람이 자신을 신뢰해야 한다. 신뢰는 가치와 비전과 철학을 공유할 때만 형성된다. 이러한 공통분모 속에서 상호 이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없는 인맥을 급하게 찾으려면 개인이건 국가건 구차해진다. 오바마 인맥이 없으면 늦었지만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의 세계관을 진실로 포용하며 공감코자 노력해야 한다. 그의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환호하며 흘리는 미국인들의 눈물이 담아내는 열망과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 인맥관리는 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비주류이자 유색인종의 한계를 딛고 오바마는 주 상원의원에서 일약 연방상원으로 진입한, 떠오르는 스타 정치인이었다. 그런 오바마를 주시하지 못한 것은 한국의 뼈아픈 실책이다. 100명의 연방 상원의원과 50명의 주지사는 미합중국의 대주주라고 할 수 있다. 대선 후보군은 거의 이들 중에서 나온다. 우리 정부의 외교라인이 이들의 정치 지형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인적 접촉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미국의 정치와 외교에 직ㆍ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학계, 언론계, 문화계 인사들에 대한 파악이 돼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이들에 대한 접촉은 정부의 힘만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도 학계, 언론계, 문화계를 통한 다각적 교류를 시도해야 한다. 아쉬운 쪽이 더욱 적극적이어야 하는 것이 세상사 이치이다.
우리 인맥 관리부터 해 나가야
그럼에도 정부는 미국 내 여론주도층이 개최하는 각종 학술행사에 전문가들을 파견하는 데 매우 인색하다. 전문가가 정부대표단의 일원으로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데리고 가 주는' 시혜이고 문제가 생기는 경우 책임을 전가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학에서는 교수의 국제회의 참석을 '근무지 이탈'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 수준의 영문 국제법 학술지가 한국에서 발행되어도 외교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는 무관심 일색이다.
오바마 당선자도 그의 경력 중에서 <하버드 로 리뷰> 의 편집장을 역임한 것을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듯이, 저널은 학술교류의 핵심이자 학계 인맥 구축의 최전방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인맥 구축은 화려한 파티나 외교적 수사로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측에 깊은 내공을 보여줄 때 가능하다. 성공적인 해외인맥 관리는 그에 대응하는 우리 인맥 관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정부가 인식하기 바란다. 하버드>
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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