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더 나은 교육을 받아 성공하길 바라는 부모 마음은 고금이 다르지 않다. 퇴계 이황(李滉)도 자녀 교육에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그는 자녀와 제자들에게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주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학문이 뛰어나고 머리가 비상한 제자가 있으면 아들 손자나 다른 제자에게 소개해줘 함께 공부하게 했다.
또 지역의 이름난 유학자를 초빙해 편을 갈라 과거(科擧) 방식 그대로 글을 겨루는'거접'(巨接)에 자손과 제자를 보내 과거를 미리 경험해 보게 했다. 요즘 말로 하면 '과거 대비 족집게 과외'쯤 될까(<500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최효찬).
▦과외 금지 후 9년 만인 1989년 대학생 과외 교습이 허용되자 '사교육 암거래 시장'이 꿈틀댔다. 현직 교사나 학원강사들이 학원 강의실이나 오피스텔을 빌려 운영하는 소규모 비밀 그룹 과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불법 과외 단속이 강화하면서 온갖 촌극이 이어졌다.
불빛이나 목소리가 새 나가지 않게 담요로 창과 출입문을 가리거나, 제보를 받고 출동한 단속반에게 아파트 문을 열어주지 않은 채 밤새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입 학력고사(수학능력시험)가 가까워지면 특정 과목의 예상문제를 콕 집어 가르치는 족집게 과외가 횡행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족집게 과외가 가장 성행하는 곳은 강남권이다. 외환위기 당시 강남에서 국립대 총장, 고위 공무원, 대기업 임원, 의사 등 상류층 인사들이 자녀들에게 고액 족집게 과외를 시키다 적발됐다. 당시 일부 학부모들이 유명 족집게 선생에게 백지수표를 써주고도 교습까지 3개월을 기다리고, 7개월 치 과외비로 8,000만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최근 경찰이 고액 족집게 과외를 적발한 곳도 강남인데, 학원 강의실을 빌려 주말과 휴일에만 교습을 하고, 강사들이 지방대 중퇴 학력을 숨긴 점 등이 과거 사건을 빼닮았다.
▦족집게 과외는 입시를 앞두고 자녀들이 1점이라도 더 받기를 원하는 학부모들의 절박하고도 불안한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적중률이 높아 두 달만 하면 10점은 오른다"는 식의 검증되지 않은 말로 가뜩이나 얇아진 학부모들의 지갑을 노린다.
수능 때마다 학원가에서는 '30일 완성''30일 요점 정리'와 같은 초단기 족집게 과외가 인기지만 효과는 알 수 없다.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결국 성적 올리기는 수험생의 노력에 달렸다. 오늘 전국 996개 시험장에서 58만8,282명의 수험생이 수능시험을 치른다. 모두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기 바란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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