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한파는 갈수록 혹독해지고 있다. 부동산 거래는 더욱 위축돼 간다. 은행 창구에서 발걸음을 돌려야만 하는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더 이상 못 살겠다”며 아우성이다.
현 정부 들어 무려 10차례가 넘는 거창하고 대대적인 종합대책이 쏟아졌지만, 어느 것 하나 나아진 것이 없다. 모조리 악화일로다. 물론 대외 요인 탓이 크다. 선진국에서 몰려 오는 금융, 실물 위기 파고를 우리 정부 혼자 힘으로 막아내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그 많은 대책이 전혀 약효가 없다는 건 분명 심각한 문제다.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겠다고, 금융시장 자금 경색을 해소하겠다고, 또 서민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숱한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각종 대책을 쏟아낸 터. 이대로라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대책이, 또 그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우선 땜질식 대책 남발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12일 기자 간담회에서 “종합대책이 꼭 필요하다면 1년에 한 번, 사정이 있어도 두 번이면 족하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현 원장은 “이렇게 자주 종합대책을 내놓는다면 앞에 내놓은 대책이 엉터리였든지 새로 내놓은 대책이 빈 수레든지 둘 중 하나”라며 “미세한 정책을 꾸준히 펴고 3~4년 뒤에 평가해 보면 조용히 달라져 있는 것이 선진국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잔재주, 잔기술에만 능숙하다는 점도 원인이다. ‘물가 대책 = 공공요금 동결, 일자리 창출 = 공공부문 투자 확대’ 등 수학 공식 같이 과거 대책이 백화점 식으로 나열된다. 더구나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앞서 발표한 대책을 모조리 포함한다. 굳이 휴일에 대책 발표를 강행하는 것도 생색내기에 가깝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무언가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각 부처 공무원들이 서랍 속 케케묵은 과거 대책을 들춰 내 하루 이틀 밤샘 작업을 통해 짜집기로 대책을 내놓는 수준”이라며 “이런 식의 잔재주로는 폭풍우를 벗어나긴 힘들다”고 꼬집었다.
시장과의 소통 단절도 지적된다. “정부를 믿고 따르라”는 것이 전부다. 은행들을 모아 놓고 중소기업 대출을 해주라고 팔을 비틀고, 옳든 그르든 국론분열을 초래할 것이 자명한 종합부동산세 인하나 수도권 규제 완화를 강행한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는 시장의 힘을 최대한 이용을 해야 하는 데, 현 정부는 시장에 귀를 닫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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