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일부 위헌, 종부세 자체는 존치'로 요약된다. 헌재가 위헌 판단(헌법불합치 포함)을 내린 부분은 예상대로 세대별 합산과세와 주거목적 1주택자 부과 조항 등 2가지. 그러나 이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재와 접촉한 결과, 세대별 합산은 위헌으로 갈 것 같다고 보고를 받았다"는 6일 발언과 맞아떨어져 헌재의 공정성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세대별 합산 '위헌'
최대 쟁점이었던 세대별 합산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의 근거는 '혼인자 또는 가족과 함께 세대를 구성한 자에게 불리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세대별 합산규정은 생활실태에 부합하는 과세 실현과 조세회피 방지 등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수긍할 수 있다"면서도, "가족간 증여를 통해 재산의 소유 형태를 형성했다는 이유로 모두 조세회피의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정당한 증여 의사에 따라 가족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도 국민의 권리"라고 밝혔다.
헌재는 "우리 민법은 부부 별산제를 채택하고 있고,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의 재산까지 공유로 추정할 근거규정이 없는 데다, 공유 재산이라 해도 세대별로 합산 과세할 당위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세대별 합산과세로 인한 조세부담의 증가라는 불이익이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부동산가격 안정 등 공익에 비해 훨씬 큰 데다,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호는 헌법적 가치라는 점을 고려할 때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미 2002년과 2006년 '부부합산 과세'에 대해 "혼인자에게 더 많은 조세의 부담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는 헌재로서는 당연한 논리적 귀결인 셈이다.
그러나 9명 재판관 가운데 조대현, 김종대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조 재판관은 "세대별 부동산 보유를 하나의 과세단위로 파악하는 조세 정책적 결정이며, 조세회피 행위를 방지하여 종부세 부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보았다. 김 재판관은 "주택의 소유권은 개인별 귀속이지만, 그 사용은 세대를 이루는 가족의 공동주거로 쓰이는 특수성이 있다"며 "세대별 합산과세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하고 논리상 결함도 없다"고 밝혔다.
주거목적 1주택자 부과 '헌법불합치'
또 다른 쟁점이었던 '1주택자 부과' 조항은 "주거 목적으로 한 채의 주택만을 보유 중인 사람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우선 주택에 대해 "인간의 행복추구권 실현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장소"라며 그 특수성을 언급한 뒤 "주택가격 안정 수단의 선택은 보다 엄격한 헌법적 심사의 기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1주택 장기보유자, 또는 보유기간이 짧다 해도 과세 대상 주택 외에는 별다른 재산이 없어 조세지불 능력이 낮은 경우 납세의무를 감면해 주는 등 예외조항이나 조정장치를 둬야 하는데도 무차별적으로 고율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주택보유의 여러 정황에 대한 고려 없는 종부세 부과는 부당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헌재는 이를 단순 위헌으로 선언하면 즉시 효력을 상실하게 돼 주택분 종부세를 아예 부과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등 법적 공백상태를 초래하게 된다고 판단,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헌재는 "입법자의 개선입법까지는 계속 적용하라"며 그 시한을 내년 12월 31일로 못박았다.
이와 달리 목영준 재판관은 "납세의무자의 범위와 세율을 정한 조항에 대해서는 입법자의 재량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어서 합헌"이라면서도, "(주거목적과는 관계없이) 주택의 장기보유자에 대한 조세부과는 주택 가격안정이라는 목적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해 관련 조항의 일부에 대해서만 헌법 불합치 의견을 냈다.
그러나 조대현 재판관은 "종부세의 본질은 부동산 가격안정이 아니라 국가재원 조달을 위한 재산보유세이므로 부동산의 장기보유 여부나 보유목적의 투기성 여하에 따라 과세 여부나 과세 범위를 달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유로, 김종대 재판관은 "주거목적의 1주택이라 해도 고가일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유세를 부담토록 해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합헌 의견을 밝혔다.
나머지 조항들은 모두 '합헌'
세율 적정성 여부 등 나머지 쟁점들에 대해서는 모두 '합헌' 결정이 났다. 일부 위헌 조항에도 불구하고 종부세 자체의 존재 근거는 인정받은 셈이다.
먼저 종부세의 세율이 지나치게 높은지에 대해 헌재는 "재산권의 본질인 사적 유용성과 원칙적인 처분권한을 여전히 부동산 보유자에게 남겨놓은 상태에서의 재산권 제한"이라며 "납세 의무자의 세부담 정도가 종부세 입법목적에 비춰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로 과세하는 부분과 국가가 종부세로 과세하는 부분이 서로 나뉘어 재산세와 중복되지 않으며, 양도소득세와도 각각 과세목적과 과세 물건이 달라 문제가 없다"며 이중과세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토지와 주택에 대한 별도 과세가 평등권 침해인지 여부 역시 헌재는 "토지와 주택의 사회적 기능이나 국민경제의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이를 다른 재산권과 달리 취급하더라도 합리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 헌법불합치
헌재의 결정 선고 즉시 해당 법률조항이 효력을 상실하는 '위헌' 결정과 달리, '헌법불합치' 는 해당 조항의 위헌성은 인정하지만 위헌 결정에 따른 법적 공백이나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법 개정 때까지 효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09년12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말미를 주었다. 따라서 법 개정 전까지는 현행 법의 효력이 인정된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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