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유동성 지원 방안으로 정부가 도입한 공공기관의 미분양 주택 매입 제도가 삐걱 거리고 있다. 미분양 매입 물량이 당초 계획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데다, 미분양 매입 기관 노조가 정부의 일방적 강제에 반발해 미분양 매입 거부에 나서면서 시행 초기부터 시끄러운 잡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또 일시적으로 자금 흐름이 막힌 중견ㆍ중소 건설업계의 숨통을 터주고자 마련된 이 제도에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넉넉한 대형 건설사들까지 대거 미분양 매입 신청에 나섬에 따라, 정작 유동성 지원을 받아야 할 중견ㆍ중소업체들이 혜택을 받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택공사의 올해 미분양 매입 가구는 10일 현재 2,990가구로, 당초 계획(5,000가구)의 절반을 조금 넘어선 데 그쳤다. 미분양 매입 신청은 쇄도하지만 정작 가격협상에 들어가면 주공과 민간 건설업체간 이견차가 커 실제 매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 건설사가 주공에 일괄 매각하려는 지방 미분양 물량은 전용 85㎡(25평)가 넘는 중대형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주공이 사들일 수 있는 주택은 85㎡ 이하만 해당된다는 점도 한계다.
대한주택보증이 시행중인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도 당초 취지대로 흘러가기 어려운 문제점이 노출됐다. 당장 주택보증 노조는 미분양 매입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주지 않을 경우 미분양 주택 매입을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보증 윤영균 노조위원장은 "정부 지원금 없이 회사 가용자금의 절반 이상을 건설사 지원에 투입할 경우 재무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분양계약자 보호라는 본연의 보증 업무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작 구원의 손길이 필요한 중견ㆍ중소 건설업체가 이번 제도의 혜택을 받을 입지가 좁아진 것도 문젯거리.
연 8%의 저리에 환매조건부로 미분양을 매각해 업체 당 최고 500억원을 융통할 수 있는 좋은 혜택이 제시되자 시공능력1위 건설회사조차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신청에 나섰다. 상위 10위권의 건설사 가운데 다른 몇 곳들도 주택보증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모두가 어렵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신용등급도 높고 자금력도 있는 10위권 업체들까지 정부 지원에 기댈 경우 일시적 유동성 문제로 자금난을 겪는 회사들이 구제 받을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여건상 지원 금액을 늘릴 수는 없겠지만 정말 도움이 절실한 곳에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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