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英 '최후의 사형집행인' 사망일기 경매 나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英 '최후의 사형집행인' 사망일기 경매 나와

입력
2008.11.12 00:11
0 0

지난 1965년 사형제도가 폐지된 영국에서 마지막 교수형을 맡았던 사형집행인의 '사망 일기'가 11일 경매에 부쳐졌다.

더 선과 타임스 앤 스타 등 현지 대중지 온라인판에 따르면 이날 1940년부터 1964년까지 사형집행인으로 일하면서 모두 82명의 죄수를 교수대에 세운 해리 앨런의 일기가 다른 유품과 함께 체셔 너츠포드의 마샬 경매장에 매물로 나왔다.

앨런은 자신이 집행 책임자나 아니면 보조인으로 나선 사형 절차가 완료되면 매번 사형수의 신장과 체중, 나이와 교수대에 걸린 밧줄의 길이, 죄수의 모습 등을 꼼꼼히 적어 두었다. 24년 동안 앨런의 손으로 목에 밧줄이 걸린 사형수는 살인범에서 흉악범, 나치 독일의 포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앨런의 일기는 1992년 사망한 그의 유품을 정리하던 미망인이 발견해 사형장에 항상 매고 들어갔던 넥타이 2개와 줄자, 시계 등과 함께 이번 경매에 나오게 됐다. 일기에 따르면 앨런이 처음으로 교수형을 집행한 것은 29살 때인 1941년으로 사형수는 당시 25세의 윌리엄 쿠퍼였다. 쿠퍼는 농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최초의 교수형을 끝낸 앨런은 일기에 "교수대 앞에서 쿠퍼의 양다리가 풀려 교도관들에 의해 발판에까지 끌려 왔으나 대단히 훌륭하고 깨끗하게 떨어졌다"고 썼다. 앨런은 모든 사형수들이 공포에 떨었던 것은 아니고 일부는 얼굴에 미소를 지은 채 교수대의 이슬로 사라져 갔다고 묘사했다. 24살의 군인 클리포드 홈스는 전쟁터에 나가 있는 동안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죽인 죄목으로 1941년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아주 기쁜 낯으로 죽음을 의연히 맞았다고 앨런은 기술했다.

앨런은 인간의 생명을 강제로 빼앗아야 하는 사형 방식 가운데 교수형이 그래도 인도적인 형벌이며 자신의 사명이 되도록 고통 없이 빨리 목숨이 끊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때문에 앨런은 사형집행 전 항상 죄수의 키와 몸무게에 따라 교수대 밧줄의 길이를 세심히 조절했다. 또 그는 낙하속도가 너무 빨라 몸통과 머리가 분리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사용, 사전 실험을 꼭 했다.

앨런은 사형수에 대한 예의로 검은색 정장에 나비 넥타이를 하고 수염과 머리도 깔끔하게 한 뒤 형장에 임했다고 한다. 그는 학창시절이던 1923년 남편을 죽인 에디스 톰슨의 재판과 사형 집행에 관한 신문 보도를 읽고 사형집행인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맨체스터 교도소에서 사형집행인이 될 때까지 16년 동안 여러가지 직업을 전전해야만 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