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도박꾼들의 사기 도박용 트럼프 카드나 화투, 이른바 '무늬목'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카드 뒷면에 어떤 패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를 해 두는 무늬목은 '타짜'들의 필수품으로 통한다.
인쇄업자 출신으로 무늬목 제조 경력만 10년인 이모(49)씨. 이 분야에선 국내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1인자로 통한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경기 광주시에 공장을 차리고 동생과 함께 영업을 재개했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다간 꼬리를 밟힐 위험이 있어 통상 1년 정도 주기로 공장을 옮긴다.
기존 무늬목은 카드 뒷면에 깨알 같은 표시를 해 두는 방식이었지만, 이씨가 만들어 낸 무늬목은 이와 달랐다. 정상적인 카드의 뒷면에 특수 염료를 뿌려 육안으로는 도저히 구별할 수 없고, 렌즈나 카메라를 통해서만 식별 가능한 암호를 표시해 둔 것. 예를 들어 카드 무늬 '♠'는 '+'로, 숫자 '2'는 '='로 표기해 두는 식이다.
이에 따라 타짜들은 특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거나, 초소형 이어폰을 귀 안에 집어 넣은 뒤 도박장에 설치된 폐쇄회로 TV를 보고 있는 동료들로부터 메시지를 전달받기만 하면 됐다.
상대방의 패를 꿰뚫는 게 식은죽 먹기인 건 당연지사. 서로 속고 속이는 타짜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무늬목 역시 첨단기술의 도움으로 진화한 셈이다.
이씨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수년 전부터 이 같은 무늬목이 성행하게 되자 신형 무늬목 개발에 나선 것이다. 그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유모(40)씨와 손잡고 기존 렌즈나 카메라로는 알아볼 수 없는 '신형 적외선 카메라 카드'를 개발했다.
올해 4월부터 새로운 염료배합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8월에는 마침내 이를 인식할 수 있는 렌즈 필터도 찾아냈다. 기존의 렌즈나 카메라용 무늬목이 12개당 20만원이었던 반면, 신형 카드는 100만원, 렌즈 필터는 500만~1,000만원이라는 고가에 은밀히 거래됐다.
이 같은 방법으로 이씨 등이 올해 10월까지 제조한 무늬목은 모두 2만6,400개로 총 4억원 어치에 달한다. 이씨는 이 중 상당량을 시중에 유통시키는 한편, 중국으로도 진출해 염료 배합기술 등 자신의 비법을 전수하는 대가로 수억원을 따로 벌어들이기도 했다. 심지어 신형 적외선 카메라용 무늬목은 미국의 업자로부터 주문까지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임수빈)는 11일 이씨와 유씨 등 3명을 상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이씨의 동생과 판매책 유모(55)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공범 2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 관계자는 "타짜들과의 도박판은 거의 대부분 무늬목이 사용되는 사기 도박이어서 일반인들은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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