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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작곡가 대모 이영자 "전신의 피 뽑아내듯 음 하나하나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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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작곡가 대모 이영자 "전신의 피 뽑아내듯 음 하나하나 썼죠"

입력
2008.11.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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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를 맞은 작곡가 이영자씨의 작곡 발표회가 17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열린다. 시에 붙인 노래들과 하프 독주곡, 피아노곡이 연주된다. 테너와 현악 합주를 위한 '네 편의 어머니의 노래'와 하프 독주를 위한 '자화상 Ⅱ'는 올해 작곡한 신작이다.

지금도 매일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작곡에 열중한다는 그는 지난해부터 이번 무대를 준비하며 정열과 힘을 남김없이 쏟았다고 한다.

"1시간 쓰면 진이 다 빠져서 누워서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서 쓰고 그랬죠. 전신의 피를 뽑아내듯 모든 걸 토해내서, 음 하나하나가 내 피 한 방울 한 방울 같아요. 그만큼 힘들었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음악, '바로 이거다' 싶은 게 솟는 것을 느꼈어요. 전에는 작곡 끝낼 때마다 넌더리가 나서 다신 안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더 좋은 게 뱃속에서 밀려나와요."

이씨는 '한국 여성 작곡가들의 대모'로 불린다. 1958년 유학을 떠나 유럽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뒤 모교인 이화여대에서 가르치며 많은 여성 작곡가를 길러냈고, 1981년 한국여성작곡가회를 만들어 후배들이 활동하기 좋게 길을 내는 데 힘썼다.

신달자, 이일향씨의 시로 작곡한 '네 편의 어머니의 노래'는 늘 '어머니'라고만 했지 한 번도 '엄마'라고 살갑게 불러본 적이 없었던 어머니에 대한 이씨의 그리움을 담고 있다.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환상적 변주곡'(2007)에도 어머니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와 박태준의 동요 '오빠 생각'을 대위법적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오빠 생각'은 '학교종'도 '산토끼'도 모르던 어머니가 어린 딸인 자신에게 불러주었던 유일한 노래라고 한다.

원로 작곡가인 그의 눈에 요즘 젊은 작곡가들은 치열함이 부족해 보이는 모양이다. "내가 공부하던 1950년대는 음악을 들을 기회도 잘 없고, 악보 한 번 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그때에 비하면 세상 참 좋아졌는데, 세태 탓인지 진지하게 예술성을 파고드는 깊이가 없는 게 슬퍼요. 콩나물 대가리 대충 그린 게 무슨 음악이에요? 피를 뽑아 써야지, 나비 날아가듯 쓰지 말고."

발표회에는 소프라노 박미자, 테너 이영화, 하프 한준영, 오케스트라 카파무지카(지휘 이영화) 등이 참여한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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