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애인 화가 윤석인 수녀 서강대서 '나의 젊음, 나의 희망' 특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애인 화가 윤석인 수녀 서강대서 '나의 젊음, 나의 희망' 특강

입력
2008.11.12 00:11
0 0

"삶이 힘겨울 때 평생을 누워서 살면서도 항상 희망을 갖고 사는 저를 떠올리면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요."

11일 오후 서강대 이냐시오관 소강당. 검은 수녀복을 입은 윤석인(58) 수녀는 전동휠체어에 누운 채 강연장에 모인 200여명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갖는 긍정적인 태도"를 강조했다. 이 대학 생명문화연구소와 장애인 재활전문병원 설립을 담당하는 푸르메재단이 공동 주최한 '나의 젊음, 나의 희망' 특강에서다.

윤 수녀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11살 때 급성 소아 류머티즘이라는 병에 걸렸다. 류머티스 관절염의 일종으로 온몸의 연골이 삭아 없어지고 결국 뼈들이 붙어버리는 병이다.

발병한 지 5년 만에 양 팔과 얼굴 외에는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됐다. 30년 넘는 세월, 꼼짝할 수 없이 누워지내야만 했다. 그렇기에 그가 그림을 그리고, 수녀가 되고, 중증 장애인을 위한 집을 짓기까지 살아온 이야기는 곧 '희망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윤 수녀가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서른 살이 되던 1980년 1월부터다. 16살 이후 집밖에 나가보지 않은 그에게 책에 나오는 그림과 풍경을 백지에 옮겨 그리는 일은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다가 큰 올케의 권유로 홍익대 미대에 다니던 학생을 집으로 불러 개인교습을 받았다.

소파에 기댄 채 소파 팔걸이에 합판을 걸쳐 책상으로 삼았다. 2년 넘게 아그리파와 줄리앙 석고상만 그렸다. 끈질기게 그리기를 거듭한 끝에 2000년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 2001년에는 이태리 로마 교황청 직속 라삐냐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렇지만 조금씩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피카소가 될 것도 아닌데 계속 그림만 그려서 뭐하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 윤 수녀는 "그 해답을 천주교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수녀가 되는 일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1년여의 수련기간, 40일간의 철야기도 등 끝없이 이어지는 고행을 그는 끈기와 성실함으로 이겨냈다. 그는 "할 수 있을지 못할 지는 해보고 판단하자는 생각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말했다.

현재 그가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 가평의 작은예수회 마을 안 '성가정의 집'. 그녀가 3년동안 국회와 시민단체 등을 찾아 다니며 모금한 돈으로 올해 4월 완공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중증장애인 20여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는 "이제 다시 시작"이라며 "그간 축적한 노하우를 살려 죽기 전까지 30여만 중증장애인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전국 곳곳에 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