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자 신분으로서는 처음으로 11일(현지시간) 부인 미셸과 함께 백악관을 찾았다.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에게 앞으로 생활하게 될 백악관 내부를 안내하고, 정권인수가 차질 없도록 하기 위해 내려오는 백악관의 오랜 관행에 따른 것이다.
오바마의 백악관 나들이는 오바마가 대통령 당선자로서 백악관에 발을 디딘 첫 흑인이라는 점, 선거운동 과정에서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대통령 사이에 오간 여러 날 선 발언들, 당선된 지 불과 6일만에 조기에 방문이 이뤄졌다는 점 등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
미 언론들은 앞서 선거과정에서 생긴 앙금 때문에 "상당히 어색한 만남"이 될 것이라고 전하며 둘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표명했다.
예정된 2시보다 12분 일찍 백악관 남쪽 현관에 도착한 오바마 내외는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부시 대통령과 부인 로라의 따뜻한 영접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시간약속이 철저하기로 유명한 부시 대통령이 오바마가 일찍 백악관에 도착한 것에 대해 흡족해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검은색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 파란 넥타이로 복장까지 통일한 둘은 만나자마자 악수를 나누며 반갑게 인사말을 나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부시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자는 바로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로 향해 배석자 없이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오바마가 부시 대통령을 만난 것은 지금까지 모두 7번이나 집무실에 들어가보기는 처음이다.
조슈아 볼튼 대통령 비서실장은 "사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오갔을 것"이라며 "그날 그날 중요한 이슈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설명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대화에서는 오바마측이 주장하는 추가 경기부양책, 자동차 산업 지원 등 금융위기와 경제문제가 집중 논의됐을 것으로 전망됐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당선자가 자동차 산업에 대한 즉각적인 긴급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부시 대통령은 미-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한다면 일부 지원과 경기부양책을 지지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램 이매뉴얼 오바마 비서실장 내정자는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부양책과 FTA 간 협상을 없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아 이날 대화에서도 경제위기 대책을 놓고 둘의 기싸움이 상당했을 것으로 추론된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대화가 여유있고 친근하고 건설적이었다"며 "부시 대통령이 부드러운 정권인계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스테파니 커터 오바마 정권인수팀 대변인도 "생산적이고 우호적이었다"며 "심각한 경제와 도전받은 안보라는 측면에서 협조해야 할 많은 것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집무실에서의 회담을 마친 뒤 오바마에게 영빈관 링컨 침실과 사무실, 오바마의 두 딸이 지낼 방 등을 보여줬다. 오바마는 약 2시간 만인 이날 오후 3시58분 언론의 추적을 따돌리고 레이건 국제공항을 통해 시카고로 돌아갔다.
오바마의 부인 미셸 여사는 백악관 서쪽 관저에서 로라 여사와 자신의 두 딸을 화제로 대화를 나눴으며 특히 로라 여사가 안내한 딸들이 생활할 방을 보고 상당히 흡족해 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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